[@뉴스룸/황인찬]서울시의 알람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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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사회부 기자
황인찬 사회부 기자
2017년이면 서울 도심의 ‘얼굴’이 많이 변할 것 같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확대하고,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 전용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세운상가에는 공중보행교가 신설되는 등 일대 모습이 확 바뀐다. 그해까지 한양도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이 대형사업들의 마감을 알리는 ‘알람시계’는 모두 2017년에 맞춰져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유력한 야권 주자로 거론된다. 본인은 시정(市政)에 전념하겠다고 밝혔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시각을 달리해 보자. 대통령의 건강이 주요 뉴스가 되고, 대선 후보의 나이 또한 표심에 영향을 끼친다. 2017년 박 시장은 환갑이고, 다시 5년 뒤엔 60대 후반이다. 젊은 지지층이 많은 박 시장이 2022년까지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 시장은 종종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치적이 될 수 있는, 대권으로 향하는 상징물을 만들지 않겠다는 말로 읽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남긴 청계천이나 대중교통 환승체계, 오세훈 전 시장이 계획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나 세빛섬 같은 상징물이 박 시장에게는 없다. 지난해 박 시장이 대박을 터뜨린 ‘타요 버스’(?), 하지만 그 모태인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는 오 전 시장이 만든 것이다. 그러나 2017년이면, 광화문 서울역 종로 을지로 등 서울 핵심 지역에 ‘박원순표 랜드마크’가 우후죽순 생긴다.

서울의 한 구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 얘기를 꺼냈더니 이런 평이 돌아왔다. “(박 시장의) 마음이 좀 조급해 보인다. 요즘엔 시민은 어디 가고 그냥 공급자 위주로 하는 것 같다.” 이 구청장은 박 시장과 같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박 시장의 ‘조급증’은 최근 도입한 책임관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는 핵심사업 28개를 정했고 공무원 48명을 책임관으로 정했다. 이들은 맡은 사업이 끝날 때까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서 이동이 제한된다. 396개 주요 사업 중 28개 핵심사업을 추리는 과정엔 ‘2∼3년 내 가시적 성과 여부’가 고려됐다. 종합하면 “성과를 낼 때까지 어디 갈 생각 말라”고 주문한 것이다. 보통 사업당 책임관 1, 2명이 정해졌는데 세운상가나 서울역 고가 사업엔 각각 5명, 4명이 지정됐다. 박 시장의 관심이 어디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논란을 살펴보자. 2단계 개통한 지하철 9호선은 불편을 넘어 안전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박 시장 취임 후 9호선 승객은 가파르게 늘었지만 증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책으로 나온 ‘무상 버스’는 벌써 일부 폐지 및 유료화 전환 검토에 들어갔다. 시장의 관심사대로 공무원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2017년에 맞춰진 서울시의 시계를 현재로 돌려야 한다.

황인찬 사회부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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