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목에 힘 빼고 경쾌하게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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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15집 음반 ‘뉴 디렉션’ 선보여

6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만난 이문세는 “신작 녹음 내내 (전작 제작 때와 비교해) 훨씬 많은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저는 너무 건강합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6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만난 이문세는 “신작 녹음 내내 (전작 제작 때와 비교해) 훨씬 많은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저는 너무 건강합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음반 제목이 ‘뉴 디렉션’이다. 조용필의 파격(2013년 ‘헬로’)을 택하진 않았다. 새로운 방향은 아련하지만 분명히 제시된다. 가수 이문세(56)가 무려 13년 만에 낸 15집 음반(7일 발매) 이야기다.

이문세의 복귀는 두 가지 면에서 기대와 우려를 함께 모았다. 첫째는 고 이영훈(1960∼2008)의 부재. ‘난 아직 모르잖아요’ ‘휘파람’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이야기’ ‘가을이 오면’ ‘깊은 밤을 날아서’ ‘그녀의 웃음소리뿐’ ‘광화문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붉은 노을’ ‘옛사랑’…. 이문세의 거의 모든 대표곡을 작사·작곡한 이가 없다. 둘째는 이문세 본인의 두 차례(2007, 2014년) 갑상샘암 수술이다. 수술 후 경과가 좋다고 해도 목에 후유증을 곧잘 남기는 질병이다.

이문세 15집 ‘뉴 디렉션’의 표지.
이문세 15집 ‘뉴 디렉션’의 표지.
신작을 들어봤다. 이문세의 음색은 그대로 탄탄하다. 그 대신 ‘파랑새’(1984년)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1989년)의 통나무 패듯 토하던 남성적 가창은 없다. 이문세의 목소리는 붓 자국 뚜렷한 유채물감을 버리고 수채화를 택한 듯 악곡 위를 투명하게 누빈다. ‘새로운 방향’은 여기서부터 읽힌다.

‘그녀가 온다’(작사 이문세, 작곡 노영심)에서 이문세의 노래는 힘 빼고 멜로디를 사뿐 탄다. 듀엣 파트너 규현(슈퍼주니어)의 가창에 힘을 더 실어줬다. 동형(同形)반복형 멜로디의 후렴구(‘그녀가 온다/향기가 온다/사랑인가보다’)는 요즘 노래처럼 경쾌하고 호흡이 짧다. 이문세는 “곡에 힘 같은 게 떨어지는 것 같아 높은 음색의 여가수나 남자가수를 섭외했으면 했고, 지난해 ‘광화문에서’를 부른 규현이 떠올랐다”고 했다.

타이틀 곡 ‘봄바람’(김영아 작사, 강현민 작곡)에서 이문세는 아예 후렴구를 거의 가성으로 부른다. 이런 가창은 ‘벚꽃 엔딩’ 같은 봄 캐럴을 겨냥한 듯 중독성 있는 ‘봄바람처럼 살랑∼’의 후렴에 달라붙는다. 찰랑대는 전기기타 소리, 하향 진행 멜로디의 코러스, 당김음이 주도하는 경쾌한 분위기의 노래. 오션 컬러 신(영국)과 마룬5(미국) 사이쯤 되는 청량감 있는 모던 록에 한국적 감성을 효과적으로 실었다.

이문세의 수채물감 같은 음성 덕일까. 앨범 후반부에 연속되는 느리고 관조적인 곡들이 더 빛난다. 송영주 트리오가 편곡과 연주에 힘을 보탠 ‘무대’(작사 이문세, 작곡 조규찬)는 음반의 한 꼭짓점이다. ‘고엽’을 떠오르게 하는 재즈풍의 단조 곡. ‘사랑 가고/나는 남고/계절(어둠)은 이렇게 오고’ 하는 쓸쓸한 반복 구에서 이문세의 보컬은 브러시(빗 모양으로 북을 쓸어 소리를 내는 드럼 채) 음색과 맞물려 세월의 옷자락을 천천히 끈다. 플루트, 기타, 피아노, 현악이 돋보이는 느린 곡 ‘집으로’(작사 정미선, 작곡 유해인) ‘사랑 그렇게 보내네’(작사 정미선 차은주, 작곡 조영화)가 풍기는 관조와 향수의 정서도 만만찮다. 수채화가로 변신한 이문세가 마주한 새로운 삼각대는 탄탄하다. 옛 히트 곡에 필적할 강력한 한 방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

이문세는 앨범 제작을 위해 서울 청담동에 쉼터가 구비된 개인작업실을 마련했다. 여기서 신작의 모든 가창 녹음을 했다. 건강 상태를 고려해 컨디션 좋을 때를 골라 녹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이문세스러운 노래라고 하면 ‘옛사랑’에서 시 읊듯 툭툭 던지는 가창 아니면 ‘그녀의 웃음소리뿐’의 내지르는 창법이었는데, 이번엔 예쁘고 섬세하게 불렀다. 음악의 흐름에 맞추려 애썼다”고 했다. “과거의 영광스러운 것들은 다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봤어요. 여러분의 솔직한 평가를 받겠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이문세#뉴 디렉션#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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