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보다 큰 ‘물 산업’… 21세기 블루오션 개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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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12∼17일 세계물포럼 개최

“물은 본보기(표준)”,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즐긴다” “사람의 성품이 본래 선량한 것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이치와 같다”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자연스럽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물은 우주 만물의 근원”….

물의 덕(德)을 찬미하는 이 같은 고전(古典)의 표현도 넉넉하게 흐르는 물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물이 마르면 인심도 마른다’는 속담이 이를 보여준다. 중부지방은 40년 만의 가뭄으로 애를 태우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167년 만에 물 사용을 25% 줄이는 강제 절수에 들어갔다.

○ 지구촌 물 부족 ‘발등의 불’

유엔은 올해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앞두고 15년 후 지구촌의 물 수요가 40%가량 부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의 덕은 ‘다투지 않음(不爭)’이라지만 물이 부족하면 다투지 않을 수 없다. 지구촌 곳곳에서 물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다.

12∼17일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WWF)’은 지구촌의 ‘안전한 물’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 물 관련 국제행사로는 최대 규모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 국내에선 처음이다. 개막식은 12일 오후 2시 대구 엑스코에서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행사 동안 3만5000여 명의 물 전문가 등이 300개 주제를 놓고 해결 방안을 찾는다.

세계물위원회(WWC·회장 베네디토 브라가)가 1997년 1차 WWF를 모로코에서 열었을 때 참가 규모는 63개국 500여 명에 불과했다. 2012년 프랑스에서 열린 6차 WWF 때는 173개국 3만4000여 명이 참가했다. 물 문제는 인류의 공동 책임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것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 포럼을 언급하며 “수자원 관리를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의 키워드는 ‘실행’(실천·Implementation)이다. 깨끗하고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 찾기가 아니라 당장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을 담고 있다.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번 포럼에 처음으로 과학기술 과정이 포함됐다. 이정무 WWF 조직위원장(한라대 총장)은 “포럼은 우리나라가 물 문제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주도할 기회”라며 “지구촌 차원에서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물 위기 이겨내는 지혜 필요

세계적인 물 부족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상황은 아니다. 물 산업을 발전시켜 충분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39개국은 행사장인 대구 엑스코에 부스 1000여 개를 설치하고 물 산업 등 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을 활용해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첨단기술 경연장이다. 수에즈 인바이런먼트(프랑스), 시디엠 스미스(미국), 네슬레(스위스), 아벤고아(스페인), 두산중공업, 도레이케이칼 등 세계적인 물 관련 기업이 대거 참여한다.

세계 물 산업 규모는 6000억 달러 수준으로 반도체나 선박 시장보다 훨씬 크다. 매년 5%가량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지구촌 최대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 물 산업 규모는 세계 8위지만 국제 시장 점유율은 0.3%가량으로 매우 낮다.

이번 포럼은 생활 속에서 물을 소중히 여기는 실천 태도를 확산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시민 454명으로 자원봉사단을, 경북도는 대학생 물길원정대 40명을 구성해 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파키스탄 출신 직장인 알람 무함마드 씨(38)는 “집에서 물을 아끼려고 많이 노력한다”며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물길원정대 대학생들은 지난달부터 개막 전날인 11일까지 낙동강과 정수장, 하수처리장, 물 기업을 답사하고 있다. 김해도 씨(26·금오공대 기계설계공학과 4년)는 “일상에서 쓰는 물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지 알게 됐다”며 “포럼의 물 산업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반도체#물#세계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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