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개조 브레이크로 아찔한 교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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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식 ‘무허가 사설 도로연수’ 기승
노란 연수車대신 일반 승용차로 영업… 제동 잘 안돼 끼어든 차와 충돌위험
직장인-장롱면허 주부가 주고객… 사고땐 이용자 보상 못받아 ‘조심’

3일 취재진이 탑승한 불법 운전연수 차량 조수석에 설치된 보조 브레이크 모습(점선 안). 일반 차량 브레이크 페달과 달리 가느다란 막대 모양으로 설치돼 있으며 개조 방식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3일 취재진이 탑승한 불법 운전연수 차량 조수석에 설치된 보조 브레이크 모습(점선 안). 일반 차량 브레이크 페달과 달리 가느다란 막대 모양으로 설치돼 있으며 개조 방식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싸게 도로연수를 해준다는 이모 씨(46)는 3일 오후 ‘연수 차량’을 운전해 수강생을 찾아왔다. 문자메시지로 ‘용산역 앞으로 와 달라’고 한 지 40여 분 지난 뒤였다. 그는 “용산역 앞에 있어요. 흰 엑센트를 찾으세요”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취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에서 경기 남양주시 덕소리까지 약 2시간 동안 ‘사설 도로연수’를 체험했다. 직접 학원을 찾아갈 필요 없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출동한다는 장점 때문에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무허가라 온갖 위험이 도사린다는 점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출발 전 이 씨는 조수석 바닥을 가리켰다. 일반 운전면허학원 차량처럼 조수석에도 브레이크 페달이 달려 있었다. 그는 “조수석에도 브레이크가 달려 있을 정도로 안전하니 걱정 말라”고 강조했다. 차량의 종합보험증서까지 꺼내 흔들었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마자 돌발 상황이 이어졌다. 고속화도로인 강변북로에 진입하자 느리게 달리는 연수 차량 앞으로 다른 차들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노란색 연수 차량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강사가 조수석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 속도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취재진이 “이런 걸 어디서 달았느냐”고 묻자 “원래 브레이크가 달려 출고된 연수용 차량”이라는 거짓 답변이 돌아왔다.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했다. 이 씨는 용산역 근처 백화점 주차타워에서 “주차 연습을 하자”고 했다. 강사가 주차장 구석에서 차를 후진시키다 뒤에 있는 남성과 부딪힐 것 같아 취재진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놀란 남성이 차 트렁크를 두드리며 항의하자 강사는 “나도 처음 와 보는 곳”이라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씨의 영업 방식은 모두 불법이다. 현행법상 돈을 받는 운전교습은 경찰청의 허가를 받은 법인만 가능하다. 차량에 달려 있던 브레이크 역시 불법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운전 연수에 사용되는 차량은 관할 구청장 허가 없이 불법 개조된 것”이라며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개조 브레이크로 연수받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런 불법 운전연수는 누가 하는 걸까. 이 씨는 “학원까지 갈 필요가 없어 바쁜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장롱면허’ 주부도 주 고객. 서울 은평구와 마포구 일대에서 12년째 운전연수를 하고 있다는 배모 씨(57)는 “수강생의 60%는 입소문을 듣고 온 주부”라고 말했다. 이날 연수에 나선 이 씨는 4명을 동시에 ‘출장식’으로 연수해 준다고 말했다.

불법 연수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보상받기 어렵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후 무허가 연수 차량임이 확인되면 운전자가 이를 알았는지에 관계없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 경찰은 무허가 운전교습을 대대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불법#개조 브레이크#교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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