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을 춤추게 한 ‘3가지 매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7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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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희섭은 지난해 은퇴를 고민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 취임 이후 후회 없는 마침표를 위해 다시 배트를 잡았다.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서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최희섭(왼쪽)이 5일 수원 kt전 직후 김 감독과 주먹을 부딪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최희섭은 지난해 은퇴를 고민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 취임 이후 후회 없는 마침표를 위해 다시 배트를 잡았다.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서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최희섭(왼쪽)이 5일 수원 kt전 직후 김 감독과 주먹을 부딪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전경기 출루·타율 0.381·3홈런·6타점…12년 만의 KIA 개막 6연승 선봉

1. 믿음 : 김기태 감독의 관용 타격본능 깨워
2. 절실함 : 4월에 반짝? “매 경기가 마지막”
3. 비움 : 마음 비우니 거짓말처럼 홈런 터져

KIA가 개막 6경기를 전부 이긴 것은 2003년 이후 12년 만이다. 그 6경기에서 최희섭(36)은 전부 출루했고, 타율 0.381(21타수 8안타)을 기록했다. 8안타 중 3개가 홈런이었고, 타점도 6개나 쌓았다. 그를 욕하던 사람들이 다른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최희섭은 담담하다. “다행히 결과도 좋지만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팀에 녹아드는 기분 자체가 좋을 뿐”이라고 말했다.

● 희생이 아니라 봉사!

최희섭은 5일 수원 kt전에서 1루수로 풀타임을 뛰었다. 앞선 5경기에서 지명타자로만 나섰다가 수비를 본 것이다. 사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무래도 18개월 공백 이후의 복귀다보니 몸이 아직 덜 적응됐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도 무시할 수 없을 터. 또 하나의 남모를 부담은 1루 수비였다. “1루수 출장은 시즌 처음이었다. 원래 자주 하지 않았는데 비까지 내렸다. 내 수비 실수 하나로 경기를 그르칠까봐 책임감이 컸다.”

그러나 별 내색 없이 출장했고, 단 1개의 실책도 없이 KIA의 4-1 승리에 기여했다. 남들은 최희섭이 7회 터뜨린 중전적시타에 주목했지만, 정작 본인은 수비를 해낸 그 마음을 칭찬해주고 싶어 했다. “예전 같으면 못했을 일을 지금 하고 있다. 나는 희생하는 선수는 아닌데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니까 되더라.”

최희섭을 이해하려면 ‘희생’과 ‘봉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희생은 외부에서 강요하는 것이고, 봉사는 자발적인 것이다. 최희섭은 바깥에서 희생하라고 강요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만 똑같은 책무라도 스스로 하려고 마음 먹으면 독을 품고 매달린다. KIA 김기태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가 이런 최희섭의 성향을 고치려 들지 않고 포용했기에 일어난 변화다. 최희섭은 이런 분위기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팬과 팀을 기쁘게 해주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 오늘 경기가 마지막일 수 있다!

‘4월 한 달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비관론에 대해 최희섭은 “인정한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야구를 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다만 나는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길게 보지 않고 있으니 올 시즌 홈런 몇 개를 치겠다는 목표가 있을 리 없다. 최희섭은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홈런이 안 나와 마음을 비웠다. 그런데 시즌에 들어가니까 거짓말처럼 홈런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제 KBO리그 개인통산 100홈런까지 3개만 남았다. 최희섭은 “200홈런도 아니고 100홈런이라니 부끄럽다”며 웃었다.

사실 전성기에 비해 몸이 안 따라주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드러누웠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감독, 코치들의 배려가 고마워서 버티고 있다. 최희섭은 “오키나와 캠프로 가기 전날, 전남대 운동장을 들렀다. 캠프에 가기까지 내가 땀을 흘렸던 곳을 찾아 기억을 되새기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 초심이 지금껏 최희섭을 버티게 해준 힘이고, KIA의 반전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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