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 ‘뚝뚝’… 수출기업 눈물 ‘뚝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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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1084원… 두달 만에 최저

각국의 경기 부양책과 글로벌 저금리 기조의 영향을 받아 국내 금융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오랜 박스권을 벗어난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고, 외국인 자금의 유입으로 원화 가치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아직 미약하다는 점 때문에 실물과 금융의 괴리 현상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다.

○ 환율 이달에만 25원 급락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9원 내린 1084.8원으로 마감했다. 올 2월 4일(1084.1원) 이후 두 달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말 이후 4월 들어서만 24.7원이 급락했다.

최근 원화 가치의 상승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시점이 계속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3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는 전달보다 12만6000명 늘어나 시장의 예상치(24만5000명)에 크게 미달했다. 1분기(1∼3월) 경제성장률도 1%에 못 미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우리선물 손은정 연구원은 “미 경기지표의 부진에 따라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인상 시점이 기존 6월에서 9월 이후로 미뤄지고 있다”며 “글로벌 달러 강세 현상이 잦아들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의 다른 원인은 글로벌 통화 전쟁과 관련이 깊다.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및 금리 인하 정책에 따라 유럽 일본 등지에서 풀린 자금이 한국 자본시장에 상륙하면서 원화에 대한 수요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원화 강세의 흐름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다.

다른 통화에 비한 원화의 상대적 강세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7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은행이 매일 오후 3시 고시하는 원-엔 재정 환율은 6일 100엔당 911.3원으로 2008년 2월 29일(895.6원) 이후 가장 낮았다.

○ 시장은 과열, 실물은 찬바람

이런 금융시장 상황은 외환당국에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는 저유가, 저금리, 저원화 등 이른바 ‘신(新) 3저(低) 현상’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저원화’ 현상이 사실상 사라짐에 따라 올 들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 수출 전선에 문제가 커졌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대로라면 수출 증가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올해 3% 성장률 달성도 힘들어질 수 있다”며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하거나 통화당국이 금리를 추가로 낮춰 원화 강세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경상수지의 대규모 흑자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로 원화가 약세를 보여 왔는데 앞으로는 유로존, 러시아 등의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원화 강세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1포인트 오른 2,046.43으로 장을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은 662.15까지 올라 2008년 1월 18일(666.32)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국내 증시의 수급 여건이 워낙 좋은 상황이지만 아직은 점검이 필요하다”며 “한은이 이번 주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되는 걸 감안하면 성장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박민우 기자
#원화#환율#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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