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청춘을 선물하는 미술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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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미술관 무료영화 상영… 6080세대 매주 화요일 북적
전시회 관람객도 덩달아 늘어

지난달 24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찾은 노인들이 청춘극장에 앉아 광고 대신 가요 프로그램을 보며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노원구 제공
지난달 24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찾은 노인들이 청춘극장에 앉아 광고 대신 가요 프로그램을 보며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노원구 제공
“요즘 영화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니까. 옛날 생각도 많이 나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찾은 이행자 할머니(72)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이 할머니는 영화를 보기 위해 이날 미술관 지하 1층에 있는 청춘극장을 찾았다. 청춘극장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여는 무료 극장. 지하철과 버스까지 타야 올 수 있지만 화요일만 되면 미술관을 찾는 것이 할머니의 일상이 됐다. 극장 관객의 대부분은 이 할머니처럼 60∼80대 노인이다.

청춘극장은 일반 극장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지정석이 없다. 오는 순서대로 편한 자리에 앉으면 된다. 팝콘 같은 주전부리를 파는 매점도 없다. 영화에 앞서 광고 대신 가요 프로그램이 상영된다. 티켓 판매처 대신 미술관이나 구청의 다양한 소식,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안내 테이블이 극장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버세대를 위한 영화관은 주로 추억의 영화만 상영했다. 청춘극장은 30∼40년 전 추억의 영화뿐 아니라 ‘맘마미아’ ‘말아톤’ 등 2000년 이후에 개봉한 비교적 최신 영화도 선보인다. 이날 상영된 영화도 2011년 개봉했던 ‘그대를 사랑합니다’(추창민 감독·2011년).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로 300석 규모의 관객석은 영화 시작 30분 전에 가득 찼다.

원래 청춘극장은 2012년 11월 노원구청 소강당에 문을 열었다. 지난해까지 2만5000여 명이 청춘극장을 찾았다. 올 1월 청춘극장은 북서울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화면이나 음향 시설이 멀티플렉스 영화관 못지않고 공원도 가까워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 극장 인기 덕분에 미술관도 덩달아 활기차다. 영화가 상영되는 화요일에는 미술관 곳곳이 어르신들로 북적인다. 화요일 평균 관람객은 지난해 800여 명이었지만 청춘극장 개관 후 1100여 명으로 늘었다.

주말이면 어린 손자손녀를 데리고 방문하는 어르신 관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보다 편한 곳에서 영화도 보고 다른 사람과 어울릴 기회를 주기 위해 청춘극장을 열었다”며 “이제는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발길이 이어지면서 ‘미술은 어렵다’ ‘미술관은 미술을 아는 사람만 가는 곳’이라는 편견도 깨졌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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