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내부자 거래… 투자 리베이트… 통제 안되는 경영진 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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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부실 공제회]공제회 기금은 눈먼 돈

24만 명의 전·현직 공무원 회원, 6조36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대한지방행정공제회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조모 씨(37)는 지난해 6월 카카오톡으로 증권사 차장인 박모 씨(38)에게 공제회가 매입하려는 종목의 주식을 알려줬다.

박 씨는 주식을 매수 가격보다 2∼3%를 올려 곧바로 매도 주문을 냈다. 그러자 조 씨는 공제회 기금으로 해당 주식을 사들였고, 박 씨는 가만히 앉아서 1억5000만 원의 차익을 봤다. 두 사람은 나중에 은밀히 이 돈을 나눠가졌다.

조 씨는 자신의 내연녀와도 194차례에 걸쳐 기금으로 주식을 비싸게 되사는 방식으로 11억4000만 원의 차익을 챙기는 등 총 12억90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올 2월 검찰에 구속됐다. 그전까지 공제회 내부 시스템은 조 씨의 비리 사실을 걸러내지 못했다.

○ 공제회 기금은 쌈짓돈


공제회별 운용 자금은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 원이다. 감사원 감사를 받는 7대 공제회의 운용액만 40조 원에 이른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의 자산을 합한 금액의 갑절 수준이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공제회 경영진과 자산운용자들은 이해 관계자들의 전방위 로비에 노출된다. 2013년 군인공제회 증권운용본부장 직무대리가 자기 업무와 관련된 업체 2곳에서 1억60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당시 군인공제회장이 기업으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제회 비리 사건이 터지면 손실은 회원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지방 사립대 A 교수는 2005년부터 2012년 초까지 매월 50만 원씩 전국교수공제회에 납입했다. 정년이 되면 이자를 더한 목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A 교수의 꿈은 2012년 가을 산산조각 났다. 소수의 경영진이 수천억 원의 기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다가 전국교수공제회가 파산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4000여 명의 피해자가 560억 원의 손실을 봤다.

A 교수는 “사립대 총장이었던 사람이 회장을 맡고 유명 교수들이 이사진에 대거 포함돼 있어서 믿고 돈을 맡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 교수를 비롯해 사건 피해자들은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정부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승소 여부는 불투명하다.

○ 관리감독 사각지대

공제회를 둘러싼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지만 관리감독은 미흡한 수준이다. 공제회는 보험사처럼 금융상품을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아닌 각 주무부처에 분산돼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교육부가, 경찰공제회는 행정자치부가 맡고 있다. 금감원이 나서려 해도 공제회가 운용하는 상품에 관한 사항에 대해 협의만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주무 부처의 감사가 형식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직 공무원이 퇴직 후 공제회 임원으로 가는 게 관행처럼 이뤄지다 보니 강도 높은 감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주무 부처 출신들이 공제회 회원이나 임원으로 있다 보니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7대 공제회의 경우 정부 지원 가능성이 명문화돼 있어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다. 하지만 4년마다 감사가 이뤄지다 보니 즉각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만 해도 2011년 6월 감사원 감사를 받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2014년 한국교직원공제회, 2013년 군인공제회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공제회 비리 사건이 터져 여론이 들끓을 때 일회성으로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 적기에 대처하기 어렵다.

50∼60개에 이르는 나머지 대다수의 공제회는 감사원 감사는커녕 공기업경영평가 같은 최소한의 평가제도마저 없다. 김수봉 보험개발원장은 “우후죽순처럼 설립되고 있는 공제회에 대한 감독체계가 보완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전국교수공제회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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