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구하기’ 지친 30대… “빚내서 집 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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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銀 주택담보대출 분석… 39세이하 1년새 잔액 24% 급증
40-50-60대 증가율의 두배 넘어… “주구매층 30대로 이동하나” 촉각

직장인 박모 씨(37)는 최근 ‘전세살이’를 청산하고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아파트를 샀다. 재계약을 앞두고 반전세를 요구한 집주인은 “전세금을 올려주겠다”고 설득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급하게 전세 매물을 찾았지만 중개업체들은 “매물 자체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그는 떠밀리듯 내 집을 장만했다. “2년마다 전세계약 때문에 스트레스 받느니 대출금리가 싼 지금 집을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저금리 추세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30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의 주요 구매층이 40, 50대 중장년층에서 30대로 옮겨갈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택 구입을 미뤄온 30대들이 내 집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주택 구매 수요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39세 이하의 대출 잔액은 2014년 2월 44조4000억 원에서 올해 2월 54조8000억 원으로 1년 새 23.6% 증가했다. 39세 이하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율은 40대(11.6%), 50대(7.9%), 60대 이상(7.7%)의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월 말 현재 20대의 주택담보대출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그쳤다. 따라서 39세 이하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대부분은 30대가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39세 이하의 대출 잔액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7%에서 22.7%로 2.0%포인트 상승했다. 50대의 비중은 28.9%(61조9000억 원)에서 27.7%(66조9000억 원)로 감소했고, 60대 이상의 비중은 16.1%(34조5000억 원)에서 15.4%(37조2000억 원)로 줄었다. 40대 비중은 34.3%(73조6000억 원)에서 34.1%(82조2000억 원)로 소폭 감소했다.

30대의 주택담보대출액 증가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주거에 목돈을 묶어두기보다 개인적 취향 등에 따른 소비를 선호하는 30대 이하는 주택 구매의 주요 소비층에서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금융권 전체 기준)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말 20.6%에서 2014년 3월 말 15.3%로 크게 감소했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전세난 장기화와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풀이한다. 전셋집을 구하다 지친 30대의 상당수가 대출금리가 2%대에 진입하자 내 집 마련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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