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노사는 양보없는 평행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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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자동차노사 임단협 기싸움 팽팽해도 절충점 찾아가는데…

“우리의 희생이 만들어낸 번영을 나눌 때가 됐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전미자동차노조(UAW) 임금 및 단체협상 출범식에서 데니스 윌리엄스 UAW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실적이 악화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 3’의 근로자들이 그간 감내해온 희생에 대한 보답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UAW와 미국 공장들이 4년마다 진행하는 임단협은 9월 만료된다. 현재 미국 노사는 7월께 시작할 임단협을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UAW는 2007년 도입한 ‘이중임금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인 GM과 포드는 ‘삼중임금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중임금제는 기존 근로자(티어1·Tier는 단계라는 뜻)들은 시간당 28달러의 시급을 받고 신규 근로자(티어2)는 시간당 15∼19달러를 받는 제도다. 모든 근로자의 시급을 ‘티어1’에 맞춰 달라는 게 UAW 요구의 골자다. 반면 사측은 “미국 내 UAW에 가입하지 않은 아시아, 유럽 자동차회사 공장의 근로자들은 더 낮은 시급을 받는다”며 “더 낮은 시급을 받는 ‘티어3’를 만들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때 UAW는 전형적인 강성 노조였다. 그러나 현재 노사가 벌이는 팽팽한 기싸움이 대형 파업이나 경영상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UAW가 2007년 GM의 대규모 적자(387억 달러·42조1830억 원), 2009년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을 지켜보면서 ‘노사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7년 임단협부터 UAW는 처음에는 공세적인 요구를 하다가 결국엔 사측과 절충점에 도달했다”며 “반면 현대자동차는 영업이익률이 8.7%로 여전히 높아서 노조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GM 노조는 2007년 이중임금제를 수용하는 동시에 회사가 제공하던 퇴직자 건강보험료를 별도 펀드로 분리해내 회사의 부담을 줄였다. 2011년엔 ‘잡뱅크제’를 포기했다. 잡뱅크제는 실직자들에게 5년간 평균임금의 95%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에 GM은 2015년까지 25억 달러를 투자하고 4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국내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해 출범시킨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협상 시한은 2일로 끝났다. 6차 본회의를 언제 열지 계획도 잡지 못한 가운데 협상 시한은 무기한 연장됐다.

앞서 사측은 △복잡한 수당을 간소화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개인성과를 반영한 부가급제와 성과배분제를 도입하자는 ‘신임금 체계’를 제안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사측은 “통상임금 문제보다 임금체계부터 우선 선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사측이 내건 ‘비용 중립성(임금체계가 달라지더라도 임금 총액엔 변화가 없어야 한다)’ 원칙에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이 논의가 올해 임단협으로 이어지면서 진통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9700만 원으로 2013년보다 300만 원(3.2%) 증가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보다 2200만 원(29.3%) 올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은 경기가 악화되면 고용이 불안해지다 보니 노조가 양보 교섭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한국은 현행법(근로기준법)상 해고가 유연하지 않아 노조가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아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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