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협상 잠정 합의한 미국-이란, 주요 쟁점에는 ‘딴 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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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지난주 핵협상에서 잠정 합의했지만 올 6월 30일 본 협정 체결을 앞두고 주요 쟁점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의 다른 말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핵개발 중단에 초점을 두는 반면 이란은 경제 제재 즉각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측이 큰 틀의 정치적 합의를 이룬 것은 확실하지만 쟁점에 대한 이견이 커질 경우 본 협정 체결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팩트 시트’와 이란의 공동성명 및 외무부 발표문 등을 보면 대(對) 이란 제제의 성격과 시점에서부터 이란의 신형 원심분리기 연구개발(R&D) 내용과 범위 등에 대해 미묘한 차이가 두드러진다.

○경제제재 해제 시점

가장 큰 차이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언제 푸느냐 하는 점이다. 미국 측은 △6월 30일 본 협상이 체결되고 △이란이 이에 따른 핵 활동 중단 의무를 이행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검증할 경우 단계적으로(step by step) 해제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6월 30일 합의문에 서명하면 ‘즉시 또는 빠른 시일 내’에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3일 “최종 합의가 되면 이튿날 모두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2일 “유엔의 제재는 6월 30일이 시한인 최종 협상이 끝난 뒤 해제하기로 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는 유엔 제재가 풀린 후에도 잠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재’ 표현

이란 제제 해제를 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다. 미국은 ‘구제(relief)’와 ‘유예(suspend)’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복원될 수 있다(snap back)’고 규정했다. 이란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지 제재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란은 본 협정이 체결되면 모든 제재가 완전히 끝난다고 주장한다. 이란 외무부는 합의 이행 이후 “모든 유엔 제재가 철회(revoke)되고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모든 제재가 무효화(annul)되고 종결될 것(terminate)”이라고 주장했다. 제재 복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이유는 모두 국내 반대파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종 협상에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치적 합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AEA 사찰 기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에 대해서도 미국은 ‘모든 핵물질 공정’에 대한 투명한 사찰이라고 못 박고 있지만 이란은 자발적인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모든 핵시설과 채광부터 정련, 농축에 이르는 모든 우라늄 공급선을 사찰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반면 이란은 “IAEA의 추가의정서를 자발적이고 임의적인 입장에서 이행할 것”이라며 “이란 대통령과 전문가회의(국가지도자운영회의)의 권한 아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추가의정서 이행과정이 추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측은 “이란이 과거 어느 시점에 핵무기 개발을 계획했는지에 대해 IAEA의 조사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란이 과거의 거짓말을 스스로 밝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라늄 농축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도 이견이 노출됐다. 미국은 “이란이 최소 15년간 우라늄을 3.67%를 넘는 농도로 농축하지 못한다”며 농축에 쓰이는 IR-4와 같은 신형 원심분리기를 10년간 사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측은 “10년간 나탄즈 핵시설에서 3.67%의 농축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측은 “이란이 향후 10년 동안 농축우라늄 저장고를 현재의 1만kg에서 300kg으로 줄일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 측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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