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에펠탑 철거합니다, 고철 사세요”… 거짓말도 이 정도면 ‘마스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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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사기꾼들/이언 그레이엄 지음/이은경 옮김/400쪽·1만5000원·시그마북스

누구나 해봤으니 알고 있으리라. 거짓말은 하다 보면 는다. 허나 점점 걷잡을 수 없어져 끝은 좋지 않다. 그런데 또 하게 된다. 장삼이사에겐 부담스러운 행위. 그런 거짓말에 도통한 이를 우린 사기꾼(범죄와 상관없이)이라 부른다. 이 책은 그 ‘마스터’들에 대한 이야기다.

1920년대 프랑스에 살았던 빅토르 루스티그란 인물을 보자.

당시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은 1889년 건립된 이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녹이 많이 슬었다. 빅토르는 이를 돈벌이 기회로 여겼다. 전국 고철거래상을 근사한 호텔에 초대해 자신을 정부관리라 소개한 뒤 에펠탑을 철거할 거라 발표했다. 7000t에 이르는 철근 덩어리를 입찰에 붙여 뇌물까지 받아가며 팔아먹었다. 봉이 김선달 뺨칠 정도다.

사례들만 나열해도 재밌겠지만 이 책은 사기꾼들의 근원을 짚어보려 노력한다. 왜 그들은 남을 속일까. 책에선 크게 4가지 경우로 나눴다. 타인이 누리는 부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질투’가 첫 번째요, 자신의 사기능력을 인정받고 주목받고 싶은 ‘자만’이 두 번째다.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고픈 ‘현실도피’도 주요 이유. 마지막으로 스파이 ‘간첩’들까지.

이 책이 흥미로운 건 100가지도 넘는 모든 사례들이 실제 일어났었단 점이다. 영화보다 소설보다 더 극적인 일들이 세상엔 널려있다니. 제3자 입장에선 흥미진진하다. 다만 명심하자. 이런 사기는 결코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남이 속을 땐 혀를 차겠지만, 우리 역시 언제든 당할 수 있다. 당신이 사기꾼이 아닌 이상.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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