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 눈 대신 뇌로 길 찾아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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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자기장 나침반’ 달아… 日연구팀, 눈먼 쥐 이용 실험 성공
시각기능 갖춘 ‘센서 지팡이’도 가능

일본 도쿄대 연구진이 뇌가 지구자기장을 인식하게 하는 방법으로 눈먼 쥐가 스스로 길을 찾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도쿄대 약학대학원 이케가야 유지(池谷裕二) 교수팀은 이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일자에 게재했다. 지구자기장을 이용해 미로 찾기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케가야 교수팀은 동물의 뇌가 지구자기장을 나침반처럼 생각하고 몸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쥐 실험을 진행했다. 철새는 태어날 때부터 체내에 고유한 자기장 나침반을 갖고 있어, 이동 시 지구자기장을 감지해 이동 경로를 정한다.

연구진은 눈먼 쥐의 뇌에 시각피질을 자극하는 전극을 2개 삽입한 뒤 머리에는 전자식 나침반을 얹었다. 쥐의 머리가 향하는 방향이 남쪽이면 왼쪽 전극이, 북쪽이면 오른쪽 전극이 실시간으로 뇌에 전기 자극을 줘서 방향을 알려주게 했다.

이 쥐에게 ‘T’자형 미로에서 먹이를 찾아 움직이게 하자 첫날은 20회 시도에서 11, 12회 정도 단번에 먹이 찾기에 성공했던 쥐가 이튿날에는 자기장 신호를 이용해 16번이나 길을 정확히 찾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 쥐는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쥐와 길 찾기 실력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이케가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뇌가 시각과 촉각, 후각, 청각, 미각 외에 새로운 종류의 자극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포유동물의 뇌가 자기장을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시각장애인의 지팡이에 지자기(地磁氣) 센서를 달아 시각 기능을 대신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자기 외에도 뇌가 초음파나 자외선 등의 자극을 인식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진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포유동물의 뇌가 오감 외에 다른 자극에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는 처음”이라면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자기장 나침반#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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