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韓 경제 ‘호재’ 기대감 상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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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상이 잠정 타결되면서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對)이란 경제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 정부로서는 향후 제재를 해제할 명분이 생기고 이를 계기로 건설, 플랜트 등을 중심으로 ‘이란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산업계는 향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될 경우 ‘제2의 중동 붐’ 조성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정화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3일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대국”이라며 “이란의 경제가 회복되면 건설 수주가 늘고 자동차 진출이 확대되며 소비재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주요 업체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0년 이후 이란 수주가 끊긴 건설업계는 핵협상 타결을 계기로 석유·가스 관련 플랜트와 토목·건축 관련 프로젝트 수주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평판이 좋은 만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란 수출 재개에 대해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2010년 완성차 2만3000여 대를 수출했으나 2011년 수출 물량이 1만2000여 대로 줄었고 2012년부터는 수출을 중단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무역 제재가 완전히 풀리면 현지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아 프라이드 생산을 재개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의 수입량이 확대되고 한국과 이란의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물동량이 증가하면 선박의 수요가 증가하고, 유가가 쌀 때 원유를 미리 비축해 두기 위해 유조선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유가 하락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방 세계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게 되면 이란의 원유 공급이 늘어 국제유가가 더 떨어지고 그에 따른 휘발유 가격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핵협상의 여파는 이날 유가에 곧바로 반영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95센트(1.9%) 하락한 49.14달러에 마감했다.

나임 아슬람 에바트레이드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공언해 온 대로)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의 원유를 (국제 원유 시장에) 더 쏟아내면 유가는 금세 3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유가 하락세가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로 원가절감이 기대되긴 하지만 공급 과잉에 따른 정제 마진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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