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싱크홀 예방-관리’ 국민안전처가 맡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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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지난주 일요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과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사거리에서 싱크홀로 차량과 오토바이가 빠졌다. 신촌 싱크홀은 상수도관을 묻은 후 다짐을 충분히 하지 않고 아스팔트로 포장한 땅 밑으로 또다시 하수도관 설치 공사를 하다가 다짐 안 된 토사가 빠져나간 탓으로 추정된다. 작년 8월 송파구 석촌동에서 터널공사로 인한 싱크홀 및 6개 공동의 원인과 같다. 봉은사 싱크홀도 지하철 9호선의 땅속 터널공사로 지하수위가 낮아져 토사가 침하될 때 같이 침하된 상수도관 균열로 누수가 발생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싱크홀 발생 원인의 85%가 노후관로에 있다고 한다. 제대로 원인을 파악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더구나 서울 싱크홀의 60%가 지하수를 과다하게 뽑아낸 기존 지하철 노선과 일치한다고 하고, 1998년 필자가 만든 서울 땅속 지질도에서 토사가 두꺼운 취약 지질 지역과 작년과 올해 발생한 주요 싱크홀 7개 지역이 일치한다. 이건 취약한 지질 지역에서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면 싱크홀이 예방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데, 정작 국내에선 취약 지질을 고려한 사전 관리시스템이 없다.

더군다나 사고 발생 후에도 발주처가 책임을 지지 않는 관행이 싱크홀의 사전 대처를 어렵게 한다. 지반 붕괴사고가 나도 사건 현장을 복구한다며 덮고 본다. 발주처는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전문가에게 원인조사 용역을 준다. 결국 대부분 힘없는 공사자 탓이고 막강한 인허가와 감독 권한을 가진 발주처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설령 무리한 결론을 내려도 이미 현장이 덮어져 진실을 밝히기 어렵고, 더군다나 단체인 학회 이름으로 보고서가 발간된 이상 아무도 논쟁에 끼어들지 않는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 2011년 16명의 인명피해가 난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후에 발주처가 전문학회에 2번이나 원인조사를 의뢰한 뒤 ‘천재(天災)’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인재(人災) 부분을 축소하고 천재 부분을 과장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1심 재판에서 유족들이 패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발주처들은 사고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싱크홀도 이런 관행을 따를까봐 우려되는 만큼 이해당사자인 지자체가 아닌 국민안전처가 나서야 한다. 또 국민이 지역별로 감시자가 되어 위험 징후를 지자체에 알리고 공무원은 행정 처리를 하며 국민안전처는 통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국민안전처는 국내 전문가들뿐 아니라 각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들로 국제자문단을 구성해 단시간에 국제 수준의 재난관리시스템을 갖추고 발주처와 전문가들의 고질적인 카르텔을 깨는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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