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탑골공원 뒤 원각사 무료급식소, 원경 스님이 맡아 다시 문열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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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들에 따뜻한 밥 한끼 ‘연명줄’ 끊어지지 않게 도와야죠”

원경 스님(가운데)이 1일 서울 원각사 무료 급식 현장에서 밥을 푸고 있다. 이곳은 카페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스님과 원각복지회의 노력으로 급식을 재개하게 됐다. 현대불교신문 제공
원경 스님(가운데)이 1일 서울 원각사 무료 급식 현장에서 밥을 푸고 있다. 이곳은 카페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스님과 원각복지회의 노력으로 급식을 재개하게 됐다. 현대불교신문 제공
“우짜노, 스님 손이 데따 크데이.” “어머 저런, 밖에 줄이 저렇게 긴데….”

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뒤편 원각사의 노인 무료 급식소. 원경 스님(53·서울 성북구 심곡암 주지)이 주걱을 들어 밥을 듬뿍 뜨자 자원봉사자인 두 보살(여성 신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저러면 나중에 밥이 모자란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994년부터 햇수로 22년째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해 온 이곳의 무료 급식이 다시 시작됐다. 이곳을 운영해 온 보리 스님(72)의 노환과 재정난으로 무료 급식이 지난달 2일 중단된 뒤 약 1개월 만이다. 원각사 급식소는 4대문 안에서 유일하게 연중무휴로 문을 열어 노숙인들이나 노인들이 언제나 확실하게 한 끼 밥을 먹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이날 오전 11시경 새로 급식소를 운영하기로 하고 나선 원경 스님과 강위동 원각복지회 후원회장(72), 자원봉사자 등 20여 명이 ‘오늘 정오 원각사 무료 급식이 다시 시작됩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탑골공원 주변을 돌면서 급식 재개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홍보가 따로 필요 없었다. 이미 급식 두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정오 무렵에는 탑골공원 담장을 따라 100여 m의 긴 행렬이 생겼다. 순서를 기다리던 한 노인은 “한 달에 서너 번 이곳을 이용했다. 이곳은 급식소이자 한동안 소식이 끊긴 이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쉼터”라며 급식소 재개를 반겼다.

원각사 급식소는 매일 150∼200명에게 점심을 제공할 예정이다. 원각복지회에 따르면 공간 임대료와 음식 재료비 등을 합해 1년 운영비는 1억8000여만 원에 이르고, 일손이 많이 들어 30여 개 자원봉사팀이 필요하다.

원경 스님은 급식소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달 초 급식소 운영 제의를 받은 뒤 이곳을 찾았어요. 이곳 급식에 전적으로 의지해 살면서 하루를 견디기 위해 급식소를 오가며 점심만 세 차례나 먹는 분도 있다는 말을 듣고서 운영을 결심했습니다. 밥 한 끼가 쉽지 않은 분들에게 이 급식소는 유일한 ‘연명줄’인 셈이죠.”

한쪽에서 배식을 준비 중인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이곳의 의미는 각별했다. 22년간 봉사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불교 이름이 여여심(如如心)이라고 밝힌 자원봉사자 할머니(84)는 “이곳이 문을 닫으면 어려운 노인들이 또 어디로 가겠느냐”며 “어떡하든 밥만 안 끊기면 좋겠다”고 했다.

원경 스님은 급식소와 문화활동을 연결하려는 향후 계획도 밝혔다. “원각사 급식소가 별다른 지원 없이 지금까지 유지된 것은 기적이자 보리 스님과 자원봉사자들의 공덕입니다. 급식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면서 노인들을 위한 탑골공원 콘서트와 문화행사도 열어 문화복지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원각사는 ‘밥퍼’ 봉사와 현금, 물품 후원을 받고 있다. 문의는 02-762-4044, 카페는 cafe.daum.net/wongakwel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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