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의 분신, 석진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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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 깜짝 우승 숨은 공신
김 감독, 2년전 창단감독 부임때… 신치용 감독 조르고 졸라 코치 영입
새벽부터 기본기-체력 훈련 시키고… 궂은 살림살이 도맡아 신화 일궈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왼쪽)이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창단 후 첫 우승을 이룬 뒤 석진욱 수석코치를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안산=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왼쪽)이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창단 후 첫 우승을 이룬 뒤 석진욱 수석코치를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안산=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삼성화재를 꺾고 OK저축은행이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한 1일 밤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41)은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4차에 걸친 우승 축하연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시간은 2일 오전 7시 반이었다. 휴대 전화를 열자 1000개 가까운 문자메시지와 50여 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

그런 김 감독과 마지막까지 자리를 함께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석진욱 수석코치(39)였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채 곧바로 이어질 각종 행사를 준비하던 김 감독 옆에서 석 코치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김 감독은 “두 시즌 동안 동고동락했던 석 코치와 마지막에 소주 한잔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함께 나누다 보니 우승 직후에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쏟아지더라. 아직 우승했다는 게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하지만 석 코치가 있었기에 내가 생각했던 배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석 코치는 한양대 3년 선후배다. 실업 및 프로 선수 시절에도 최고 공격수와 최고 수비수로 삼성화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로 서로를 잘 알고 있다. 2년 전 OK저축은행의 창단 감독으로 내정된 김 감독이 가장 먼저 했던 일도 석 코치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당시 삼성화재 6연패의 주역이었던 석 코치는 현역과 코치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워낙 부상이 많아서 은퇴를 원했지만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그의 은퇴를 만류했었다. 나이가 있고 부상 경력도 있었지만 여전히 그만한 수비수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10년 넘게 스승으로 모신 신 감독을 졸졸 따라다니다시피 하며 석 코치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신 감독도 결국 제자들의 뜻을 꺾지 못했다. 신 감독은 “(석)진욱이를 장래 우리 팀의 코치로 점찍어 두고 있었다. 처음에는 만류했지만 결국은 ‘가서 잘하라’고 격려하며 보냈다”고 했다.

삼성화재에서 그랬던 것처럼 석 코치는 OK저축은행에서도 모든 일에 앞장섰다. 어린 선수들에게 부족했던 기본기와 체력 훈련을 시키는 건 석 코치의 몫이었다. 석 코치는 “OK저축은행에는 ‘새벽 운동’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런데 토스나 리시브 등 기본기가 떨어지는 선수는 오전 6시부터 코트로 불러 훈련을 시켰다. 그게 하루 이틀 쌓이니 몰라보게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김 감독이 바깥일을 책임지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면 석 코치는 집안일을 꼼꼼히 챙기는 어머니였다. 모두를 놀라게 한 OK저축은행의 깜짝 우승은 환상적인 콤비였던 두 사람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 감독은 “선수 때도 그랬지만 석 코치는 빈틈이 없다. 누구보다 솔선수범하고 궂은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다. 어찌 보면 나는 그동안 한 게 아무것도 없다. 좋은 코치와 잘 따라준 선수들이 만들어낸 우승이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세진#석진욱#공신#OK저축은행#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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