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뿌리를 알면 창조가 보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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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김용호 교수 ‘창조와 창발’ 출간

창조라는 말은 쉽고도 어렵다. 지시하는 입장이면 쉽다. ‘이거 말고 좀 창조적인 거 뭐 없을까?’ ‘발상의 전환, 몰라? 창조적으로 생각하란 말이야!’ 등이 그렇다. 반대로 지시를 받아 답을 찾아야 하는 입장에선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뭐가 있다고…’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

요즘 창조의 전성시대다. 창조 경제, 창조 문화, 창조 과학 등 창조를 붙이지 않으면 뒤떨어진 느낌이 들 정도다. 창조적인 생각을 가진 인재를 이 시대 최고의 인재로 꼽는다. 그럼 창조 혹은 창조성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창조와 창발-한반도 르네상스를 위한 마음 혁명(김용호 지음 l 수류산방 펴냄)’은 창조성에 대한 책이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창조성’을 ‘창조적’인 시선으로 풀어냈다.

도대체 창조가 뭐 길래. 창조의 뜻풀이는 이렇다.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 신이 우주 만물을 처음으로 만듦, 새로운 성과나 업적, 가치 따위를 이룩함. 창발의 사전적 의미는 남이 모르거나 하지 아니한 것을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밝혀내거나 이루는 일이다. 창조와 창발은 같은 의미다.

먼저 그동안 창조에 대한 우리들의 오해가 컸다. ‘천재가 창조한다’거나 ‘똑똑하면 창조적이다’ 혹은 ‘번뜩이면 창조적’이라는 생각은 오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오해를 풀면 된다. 창조는 천재가 하는 것이 아니며 똑똑하지 않아도 창조적이고 번뜩이지 않아도 창조적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맞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들만이 창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바꿔야 한다. 이 책에선 ‘창조성은 대상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해 의지력과 몰입을 통해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창조성의 탐구대상도 천재가 아닌 범재에서 찾는다. 이를테면 야구감독 김성근이나 합창단 지휘자 김보미, 선사 경봉 스님, 벤처 사업가 이원영 같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조는 특별한 것이 아닌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창조성을 바라보는 관점도 새롭다. 학생 수가 부족해 폐교 위기에 처했던 남한산초등학교를 예로 든다. 남한산초등학교는 지식 교육에서 마음 교육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혁신 학교라는 제도를 이끌어냈다. 그 창조성 뒤엔 새로운 교육을 열망해 온 수많은 사람의 욕구가 있었다. 그렇다. 창조성은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에 의해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이를 필요로 하는 시대의 요구가 있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놀라운 창조성은 관련 집단에 심각한 도전이 닥쳤을 때 많이 발생했다. 벼랑 끝에서 창조가 나온다는 말이다.

다소 어려운 듯하지만 창조의 심연 속으로 한 발짝씩 따라가다 보면 창조성이 살짝 보이는 듯하다. 저자는 창조성의 표피에 머무르지 말고 그 뿌리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처음엔 독자들을 이끌고 창조성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세우고 생각 수준으로부터 마음 수준으로 창조성을 탐색해 간다. 그리고 점차 폭을 넓혀 창조성과 창발성을 결합시켜 창조의 사회적 조건과 과정을 제시한다. 마지막엔 서구 전통에서 내려온 창조성의 개념을 한국적, 동양적 전통에서 재해석하는 등 창조의 바다를 종횡 무진한다.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인 저자 김용호 교수는 이렇게 창조를 화두로 잡고 지난 10년간 창조성 강의를 해왔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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