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팬들에게 대못만 박고 떠난 우리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황규인·스포츠부 기자
황규인·스포츠부 기자
“2년 동안 주인을 잃었던 드림식스 배구단은 좋은 모기업과 맘 편히 운동할 수 있는 날만을 꿈꿔왔습니다. (중략) 드림식스 배구단은 초심을 잃지 않고 가슴에 붙은 ‘우리카드’ 이름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매 경기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겠습니다. 그동안 코트에서 흘렸던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한 단계 더 성장해 나가는 배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3년 6월 프로배구 남자부 드림식스 주장 송병일(32)은 손편지를 한 장 썼다. 받는 사람은 이순우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 글씨는 삐뚤빼뚤했지만 구단 인수를 결정해 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돌직구처럼 느껴졌다.

송병일이 이 편지를 쓴 건 이 배구단을 인수하기로 돼 있던 우리금융지주(우리카드의 모기업)의 오락가락행보 때문이었다. 우리금융지주는 그해 3월 아프로파이낸셜그룹(브랜드명 러시앤캐시)을 물리치고 드림식스 인수권을 따냈지만 모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인수 백지화’를 선언했다. 그러다 여론이 나빠지자 구단을 인수하기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이때 배구단을 인수해줘 고맙다고 편지를 보낸 것. 당시 드림식스는 한국배구연맹(KOVO)이 임시로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카드와 드림식스의 불안한 동거는 두 시즌 만에 끝이 났다. 송병일은 편지에 “우리카드라는 든든한 가족이 생기며, 드림식스 선수단은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 선수 모두가 뛸 듯이 기뻤습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올 시즌이 끝난 뒤 더이상 구단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게다가 간판스타 신영석(29)을, 그것도 남들 몰래 트레이드시켜 이제 남은 선수들도 생이별할 위기에 처했다.

드림식스 배구단 문제는 2010∼2011 시즌부터 계속 KOVO의 발목을 잡아 왔다.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KOVO 역시 적잖은 실책을 저질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자프로농구에서 일곱 번 우승(우리은행)한 회사보다 더 나은 인수자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카드는 프로배구 무대에서 ‘악질 신용불량자’처럼 횡포만 부리다 떠났고, 배구 팬들 가슴에 대못만 남기게 됐다.

황규인·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