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자유법 수정” 5일만에 항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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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인디애나주 ‘동성애 차별’ 빗발친 비난에…
‘인디애나 보이콧’에 지역기업 술렁, 언론 가세… 보수-진보 대결로 확산

미국 인디애나 주의 ‘종교 자유 보호법(Religious Freedom Restoration Act)’ 논란이 동성애 차별 문제를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 간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아칸소 주 의회가 지난달 31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자 월마트 등 대기업들이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미국의 주요 언론과 민주당과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인디애나발(發) 종교·동성애 차별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사진)가 지난달 26일 문제의 법안에 공식 서명하면서 본격화됐다. 법안의 요지는 ‘개인이나 사업체, 종교단체 등이 종교적 신념에 근거해 고객이나 사업파트너, 근로자 등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에 정부나 법원이 개입할 수 없다’는 내용. 동성애 지지론자들은 그동안 “이 법은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LGBT)를 차별할 수 있는 ‘일종의 면허증’과 같다”며 펜스 주지사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해 왔다.

펜스 주지사는 지난달 29일 ABC방송에 출연해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는 법이지, 차별을 보장하는 법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주 정부와 기업들이 줄줄이 인디애나 출장 금지와 행사 취소 등의 조치를 내리는 등 보이콧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인디애나 주의 여론도 펜스 주지사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펜스 주지사는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애자 차별이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법안을 고치겠다. 수정된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의원들에게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보수-진보 언론도 이번 논란에 본격 가세하는 형국이다.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동성애 결혼에 반대하던 (보수) 세력들이 종교적 신념이란 위장막을 새로 쓰고 동성애자 차별을 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진보 세력은 동성애에 대한 관용을 외치면서 다른 전통적, 종교적 생각에는 점점 더 편협해지는 역설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종교자유법#수정#인디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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