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득권 노조’의 노동개혁 반대, 청년 일자리 잡아먹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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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勞使政) 대표들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석 달간 벌인 협상 시한이 그제 종료됐다. 노사정은 어제도 밤늦게까지 추가 협상을 했지만 견해차가 커 진통을 겪었다. 노동계는 저(低)성과 근로자의 일반해고요건 가이드라인 제정 등 고용 및 임금 체계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에 강력 반발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세계화와 기술혁신에 따라 21세기 경제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 고도성장기 평생고용의 노동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다가는 경쟁력을 잃고 장기 경기침체로 갈 공산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9월 노사정 대표를 초청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사정은 작년 말 기본 합의문을 채택하고 올 3월 말까지 대타협을 다짐했지만 결국 협상 시한 마지막 날까지 합의에 실패하고 말았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노사정 대타협처럼 우리 정부도 선(先) 노사정 협상이라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독일도, 네덜란드도 결국은 정부가 주도하고 노사를 설득해 노동개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더구나 노사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토론을 통한 합의 문화’가 결핍된 우리 현실에서 노사정위원회 방식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과 전체 근로자 중 대기업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10.3%다. 근로자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원들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고 구조조정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들 ‘철밥통 노조’의 기득권과 과보호가 기업들이 국내 신규 투자와 고용 대신 해외로 빠져나가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가 열악해지고 청년 일자리 감소도 심각해지는 것이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이 “형님! 삼촌! 좋은 일자리 독점 말고 나눠 달라”고 주장하고 나섰겠는가.

시한을 넘긴 노사정 협상에서 설령 합의문을 만든다 해도 고용과 임금 체계의 유연성을 높이는 내용이 빠진다면 협상 결렬과 실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노사정 협상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거치는 절차일 뿐, 노동개혁을 위한 정책 수립과 법안 통과는 애당초 행정부와 국회의 몫이었다. 정부는 조속히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여야 정치권은 즉각 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득권 노동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고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를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국 단위의 큰 선거가 없는 올해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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