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금융 지원” 정부가 인심 쓰면 빚 갚을 필요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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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어제 “안심전환대출 혜택을 받지 못한 제2금융권 대출자나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를 배려하는 방안을 찾겠다”며 서민가계부채 지원대책을 예고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30일 “안심전환대출 이후 정책 역량을 서민금융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며 모든 서민금융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은행 앞은 비싼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연 2%대의 싼 이자로 깎아주는 안심전환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선착순 금리 인하’에서 제외된 제2금융권 대출자와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불만을 터뜨리자 금융위가 이르면 다음 주 대책을 발표한다지만 또 하나의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 서민의 금융 부담과 형평성 논란을 줄이겠다는 정책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금융회사의 팔목을 비트는 식의 졸속 대책은 위험하다.

금융위는 이미 안심전환대출 설정액 20조 원이 모두 소진되자 추가로 20조 원을 투입했다. 40조 원이 모두 소진되면 은행권은 약 3000억 원의 예대마진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본란이 지적했듯이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과 저금리 추세를 감안할 때 안심전환대출의 필요성이 일정 부분 인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기관과 대출자 사이의 사적 거래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금융자율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관치금융이 사라지지 않으니 국내 은행 전체의 순이익은 2004년 8조7000억 원에서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나고,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밝힌 우리나라 금융업 경쟁력(80위)이 아프리카의 가나(62위), 말라위(79위)보다 떨어진 것이다.

어떤 서민금융 대책이 나온다 해도 11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곧 서민금융 지원이 나온다는데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갚겠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상황이 다급해 대증(對症)요법을 택하더라도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서 탈출하고 일자리 증가로 이어져야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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