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물질 반출 거부… “오바마의 전략 창밖으로 날아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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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 진통… 시한 연장 가능성
경제제재 해제-검증 등 이견 팽팽… 러 외교 재참가로 타결 기대감도

이란 핵 협상 잠정 타결 시한인 31일 밤 12시(현지 시간)를 앞두고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 대표단이 막판 진통을 겪었다.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협상을 벌인 양측은 협상 시한을 6월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준비 중이라고 AP가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성명은 주요 6개국 사이에서 최종 합의됐지만 이란 측은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고 통신이 덧붙였다. 이날까지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내용의 양해각서까지 합의했지만 중요 쟁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합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이란 측이 자신들이 보유한 저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반출하겠다는 잠정 합의를 깨고 나오면서 협상 틀이 흔들렸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 마리 하프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 핵물질을 러시아 등으로 반출하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초기 5년 동안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로 이란 핵문제를 담당했던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의 e메일 인터뷰에서 “국제사회는 수백 kg의 저농축 우라늄이 반출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이란이 전략을 바꾸면서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공화당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캘리포니아)은 “핵물질 해외 반출을 따내고 다른 것을 양보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논리는 창밖으로 날아가고 있다”고 비꼬았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 문제, 합의 유지 기간과 검증 문제 등 후순위 쟁점도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NYT는 30일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은 6월 말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겨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측은 최종 단계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을 거듭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여전히 까다로운 문제가 일부 남았다”고 분위기를 전했으며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차관은 “협상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협상 타결의 기대감을 높이는 소식도 전해졌다. 타결 가능성이 높을 때만 협상에 복귀하겠다며 일시 귀국했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이날 오후 협상장에 다시 참석하기로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 전망은 나쁘지 않으며 좋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협상 타결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0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에드워드 M 케네디 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식 명연설 가운데 한 부분을 빌려 “두려움 때문에 협상해서는 안 되지만, 협상하기를 두려워하지도 말자”고 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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