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소방차’ 1대 들여놓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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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주제는 ‘안전’]<59>가정용 소화기 갖추셨나요

본보 김도형 기자가 소화기로 직접 불을 꺼보고 있다. 천안=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본보 김도형 기자가 소화기로 직접 불을 꺼보고 있다. 천안=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이자 가로세로 1m가량의 금속 연소대에서 불길이 솟았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2m 가까이 타오르는 불길. 뜨거운 열기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갑자기 닥친 상황도 아니고 미리 교육받고 소화기 사용 체험에 나선 것인데도 덜컥 겁이 났다.

이걸로 정말 끌 수 있을까. 손에 쥔 소화기는 작고 가벼웠다. 무릎 높이에도 못 미치는 크기에 무게는 2.5kg가량. 하지만 안전핀을 뽑고 연소대 바닥을 향해 소화기의 손잡이를 힘껏 움켜쥐자 그런 생각은 기우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불은 10초도 안 돼 완전히 꺼졌다. 소화기 하나의 위력은 대단했다.

3월 30일 오후 충남 천안시의 국민안전처 산하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 화재 진압 체험에 나선 기자는 ‘화재 초기 소화기 1대는 소방차 1대에 맞먹는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4명의 사망자를 낸 1월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지난달 5명이 숨진 인천 강화군 캠핑장 화재 초기 상황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소화기 1대면 충분히 끌 수 있었던 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국내 가정에서는 절반 정도만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집 안에 뿌리는 소화용구를 두고 현관에는 소화기 하나를 두는 것만으로도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프레이 같은 간이 소화용구를 갖추면 주방에서 시작된 작은 불길은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분말 같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 하지만 불이 번진 뒤엔 별 소용이 없다.

번지기 시작한 불은 소화기로 꺼야 한다. 흔히 보는 빨간색 분말소화기는 저렴하면서도 소화력이 뛰어나지만 소화기 분말 때문에 2차 피해가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또 분말이 굳지 않도록 한 달에 한 번 뒤집어 주며 관리해야 한다.

2차 피해가 걱정되면 이른바 ‘청정소화기’로 불리는 할로겐화물소화기를 갖춰도 된다. 사용해도 흔적이 남지 않는 가스 계열 소화기다. 별도 관리가 필요 없지만 분말소화기보다 4, 5배 비싼 가격이 단점이다. 이 교수는 “다양한 소화용품을 인터넷으로도 쉽게 살 수 있으므로 모든 화재 유형에 쓸 수 있는지 확인하고 적절하게 선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소화용구를 갖추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제대로 쓸 수 있는지’다. 불길을 더 키운 2차 체험에서는 기자도 불을 제대로 끄지 못했다. 2m 넘게 솟구치는 불길이 두려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람을 등지고 발화 지점을 향해 직접 쏴 불을 끄는 것이 철칙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평소에 소화기를 둔 장소와 사용법을 정확히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소방본부가 운영하는 체험관에서 연습 해 보는 게 위급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안=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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