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C에 밀리는 영어권大 존폐 기로… 국내大 강의도 국제경쟁시대 닥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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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대학 ‘서울총장포럼’ 창립

서울지역 대학 총장들이 25일 ‘제1회 서울총장포럼’을 열고 대학사회의 위기와 해법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초대 회장을 맡은 이용구 중앙대 총장(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은 “피터 드러커는 기존 대학이 변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30년 뒤 현재의 대학제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지역 대학 총장들이 25일 ‘제1회 서울총장포럼’을 열고 대학사회의 위기와 해법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초대 회장을 맡은 이용구 중앙대 총장(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은 “피터 드러커는 기존 대학이 변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30년 뒤 현재의 대학제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들은 아직 정원을 채우는 데 걱정이 없다는 생각으로 안이하게 대처했다.”(이용구 중앙대 총장)

“무크(MOOC)의 파급력은 대학의 시스템 전반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왔다. 3년 전 내 강의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무크 강의가 같은 주제였는데 비교될 수밖에 없어 부담이 컸다.”(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국내 대학은 안팎으로 도전과 압박을 받고 있다. 앉으면 엉덩이가 아프고, 서면 발바닥이 아픈 상황이다.”(유기풍 서강대 총장)

서울지역 주요 대학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학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해결 방안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중앙대 숙명여대 서강대 세종대 건국대 서울시립대 등 서울지역 17개 대학 총장들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총장포럼’을 창립했다. 이 모임은 지난해 12월부터 대학의 문제의식을 같이한 몇몇 총장이 모인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초대 포럼회장을 맡은 이용구 총장은 “대학이 그동안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팽배하다”며 “이런 위기가 올 때까지 그동안 총장들이 무엇을 했으며 국민에게 무슨 희망을 주었는가 반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창립 취지를 밝혔다.

이날 가장 뜨거운 주제는 바로 ‘무크’였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공개수업을 뜻하는 무크는 2000년대 초반 유럽에서 시작됐으나 2010년경부터 미국에서 급속히 성장했다. 교육전문기업들이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세계적 명문대와 손잡고 강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 펜실베이니아대, MIT 등 명문대들이 학내 강의를 수많은 인터넷 이용자에게 공개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2400여 개의 강좌가 개설됐다.

무크는 기존 ‘강의실 강의’에 안주했던 대학들에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유기풍 총장은 “이미 필리핀 인도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무크와의 경쟁에서 밀린 대학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며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은 단지 영어권이 아니라는 언어장벽 하나 때문에 버티고 있다”고 진단했다. 머지않아 국내 대학이 미국의 세계적인 명문대와 ‘강의의 질’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총장들은 “결국 해법은 대학 강의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뿐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학에 더 많은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사립대가 등록금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고 기여입학제도 허용해야 한다”며 “대학 적립금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목적 제한을 없애 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유 총장은 “경제가 어려우니 대학에 대한 기부도 줄어드는데 학부모와 학생은 더 나은 대학교육을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 대학과 실리콘밸리가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것처럼 한국의 대학들도 돌파구를 찾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서울총장포럼#무크#MOOC#온라인 공개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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