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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드라마 문법을 깬 신선한 반란… ‘新가족극’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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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드라마 문법을 깬 신선한 반란… ‘新가족극’이 떴다

조종엽기자 입력 2015-03-18 03:00수정 2015-03-1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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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 여성 3대의 상처와 치유 과정 그려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 최상류층 가족의 허위의식 풍자
사회의식을 바탕으로 가족을 새롭게 조명하는 ‘신(新)가족극’이 지상파TV의 주중 드라마를 휘어잡고 있다.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위쪽 사진)은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여성 3대가 갖고 있는 각자의 상처와 치유 문 제를 다룬다.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는 최상류층 가족의 허위와 위선을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KBS, SBS 화면 캡처
지상파 드라마의 문법은 최근 별 변화가 없었다.

3대 가족이 등장하고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주로 다뤄 온 KBS 주말 연속극은 방송만 하면 시청률이 20%를 넘는다. 월화와 수목 미니시리즈도 젊은이들의 연애사가 중심이다. 판검사, 의사, 정치인 등의 세계를 조명하거나 공상과학(SF), 판타지를 비롯한 장르물도 등장했지만 이야기 구조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엇비슷했던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에 참신한 드라마 2편이 등장했다.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착않녀)과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풍들소).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2월 마지막 주 나란히 시작한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착않녀’가 12.2%(12일)로 수목극 1위, ‘풍문소’(16일)가 10.1%로 월화극 2위다.


이 드라마들은 사회의식을 바탕으로 등장 인물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말 연속극과 다르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이 드라마들은 화목한 가족의 환상을 애써 보여주지 않고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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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않녀’는 강순옥(김혜자), 딸 김현정(도지원) 현숙(채시라), 손녀 정마리(이하나) 등 각자 상처를 갖고 사는 여성 3대의 삶을 다룬다. 순옥은 남편이 사랑을 찾아 떠나갔다가 실종돼 삶의 무게를 혼자 지고 살아왔다. ‘끼’가 많았던 현숙은 이사장 딸 대신 도둑으로 몰려 퇴학당한 뒤 인생이 꼬인다. 손녀 마리는 엄마 현숙이 시키는 대로 공부만 열심히 해 인문학 박사가 됐지만 강의에서 잘린 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세다. 정해룡 ‘착않녀’ CP는 “여러 세대의 공감을 목표로 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꼬고 또 꼬는’ 주말 연속극과 달리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함께 살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극중 배경에는 부정한 권력과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비판도 깔려 있다.

극중 현숙의 인생이 틀어진 것은 폭압적인 1970, 80년대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현숙은 고교 1학년 때 팝스타 레이프 개럿의 내한공연에서 열광했다가 신문에 사진이 보도되면서 권위적인 담임에게 ‘찍힌다’. 공부를 못하고 순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거짓말쟁이로 몰린다. 현숙이 순옥 몰래 투자했다 손해를 보는 것은 ‘동양그룹 사태’를 연상시킨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긴장관계를 코믹한 터치로 그리는 것이다. 순옥이 남편이 사랑했던 장모란(장미희)을 만난 뒤 집으로 불러 잘 대해주면서도 은근히 구박하는 상황 등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윤수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여성들의 관계를 갈등 위주로 그린 기존 드라마들과 다르다”고 했다.

SBS ‘풍문소’도 흥미롭다. 이 드라마는 시대를 바꾼 ‘춘향전 속편’에 가깝다. 기존 미니시리즈가 신데렐라 이야기, 한국식으로는 춘향전의 변주라면 ‘풍문소’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몽룡과 결혼한 춘향이 몽룡의 집안에서는 며느리 대접을 제대로 받았을까’ 하는 것.

서민 출신 며느리 서봄(고아성)이 그를 구박하는 한정호(유준상) 최연희(유호정) 부부에게 또박또박 바른말로 대꾸하는 장면은 통쾌한 웃음을 준다. 입만 열면 명문가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이들 부부가 내세우는 도덕적 가치는 허상이다. 춘향을 통해 변사또의 위선이 드러나는 것처럼 서봄이 한정호 부부의 맨얼굴을 드러내도록 만든다.

‘착않녀’의 현숙은 장모란이 자신을 구해주자 ‘혹시 내 친엄마는 아니죠?’라고 독백한다. 출생의 비밀을 반복해 소재로 써 온 기존 드라마에 대한 풍자다. 두 드라마는 ‘신(新)가족극’의 새로운 문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가족극#착하지 않은 여자들#풍문으로 들었소#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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