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방 구하고 손수레로 이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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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학가 新풍속도

대학가 원룸 촌 일대에 방을 사고판다는 ‘벽보’가 실종됐다. 본격적인 개강·입학철인 이달 초 본보 취재팀이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 원룸 촌에서는 관련 벽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교 서문에서 대로변까지 200여 m 거리에 원룸 관련 벽보는 5장만 붙어 있었다. 전봇대, 벽면을 덕지덕지 메운 ‘하숙생 구함’ 벽보와는 대조를 이뤘다. 인근 서강대 등 다른 대학가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등이 확산되면서 달라진 ‘대학가 신(新)이사풍속도’다.

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김재환 씨(26)의 이야기는 이 같은 신풍속도에 해당되는 사례다. 그는 지난해 11월 졸업 전 마지막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가려 했지만 계약기간 4개월 남은 방이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자신에 이어 방에 거주할 이를 찾지 못하면 김 씨는 남은 계약기간 4개월간 50만 원씩 총 200만 원을 물어야 할 판이었다. 최후의 방법이라 여기며 페이스북 본인의 학과 페이지에 자취방 관련 사진, 정보를 올렸는데 예상 밖의 결과를 얻었다. 김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같은 학과 학생들의 문의가 이어진 것. 결국 김 씨는 방의 새 주인을 구한 뒤 마음 편히 배낭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경희대 영어학부 3학년 최재원 씨(24)는 지난달 중순 친구가 지인의 부탁을 받고 페이스북에 올린 자취방 관련 글을 보고 방을 구했다. 기숙사 지원에서 떨어진 후 급하게 방을 찾던 차에 친구가 올린 글이 도움이 된 것이다.

SNS를 통한 방 거래는 더이상 대학가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실제로 현재 페이스북에는 ‘강릉대에서 자취하자’ ‘평택대 자취해 볼까요’ 등의 커뮤니티가 개설돼 있다. 과거 각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해오던 역할을 SNS가 맡게 된 것. 김 씨는 “온라인 방 거래의 취약점은 과연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느냐”라며 “(지인 관계를 기본으로 구축된) SNS를 통하면 좋지 않은 조건에 계약하거나 사기를 당하는 등의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자취방 구하기 애플리케이션(앱)은 이미 대학생들의 필수품이 됐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손승원 씨(32)는 “방을 구하는 대학생 70∼80%가 앱을 통해 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부동산매매 앱인 ‘직방’의 다운로드 수는 2012년 말 30만 건에서 올 1월에는 500만 건으로 껑충 뛰었다. 직방 대표 안성우 씨(36)를 비롯해 부동산매매 앱 ‘두꺼비 세상’을 만든 유광연 씨(32)는 대학 재학 당시 수차례 이사를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앱을 개발했다.

반면 온라인을 통한 홍보 활동에 취약한 부동산 중개사무소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연세대 근처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 씨(38·여)는 “매년 대학생 손님이 줄어드는 실정으로 지난달에는 대학생 손님이 거의 없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을 계약하는 게 아니면 중개사무소를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삿짐 나르는 방식은 일부 과거로 회귀한 듯한 모습이다. 서울시립대 학생복지위원회는 2014년 3월부터 이사하는 학생들에게 손수레를 1000원에 대여해 화제가 됐다. 경희대는 생활협동조합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1만 원에 1t 트럭과 운전사를 제공해 이삿짐을 나르는 ‘짐 캐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들은 최대 수십만 원에 달하는 이삿짐 나르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SNS#손수레#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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