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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4연패, ‘명량해전’을 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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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4연패, ‘명량해전’을 닮다

스포츠동아입력 2015-03-04 06:40수정 2015-03-0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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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최고다!’ 삼성화재 선수들이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대한항공전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4연패를 확정한 뒤,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삼성화재의 우승 원동력은 올바른 리더십과 철저한 준비, 그리고 충실한 기본이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p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영화 ‘명량’으로 본 삼성화재의 힘

1. 유비무환-박철우 입대 대비 플랜 준비
2. 맞춤전술-레오 공격특성 특화된 플레이
3. 실리추구-안정적이고 확률 높은 배구
4. 팀워크-‘나’가 아닌 ‘우리’ 조직력의 힘

누적 관객 1761만명, 역대 1위. 영화 ‘명량’의 성적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렸다.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지만 관객은 생생한 전투묘사와 리더의 인간적인 고뇌 속에서 이 시대의 리더십을 곱씹어보게 했다.

명량해전의 성공요인을 들여다보면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4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삼성화재가 오버랩 된다. 명량해전의 승리와 최강자 삼성화재의 우승은 올바른 리더십과 철저한 준비, 기본이 강한 쪽이 이긴다는 결론을 보여줬다. 영화 ‘명량’과 V리그 최강 삼성화재. 영화와 역사를 씨줄로 삼고 스포츠와 리더십을 날줄로 삼아 이들의 성공인자를 풀어본다.


● 이순신 ‘12척의 배’ vs 신치용 ‘6명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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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박철우는 지난해 11월20일 2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대전경기를 끝으로 공익근무 요원으로 입대했다. 시즌 전부터 이미 신치용 감독은 박철우의 공백을 대비한 플랜을 준비했다. 수많은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첫 번째 방안이 김명진이었다. 류윤식, 고준용의 포지션 변경안도 있었다. 레오의 이동배치도 생각했지만 팀플레이의 효율성을 고려해 뺐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감독은 중국 전지훈련 때부터 세터 황동일의 라이트 기용까지 고려해 연습을 했다. 박철우의 입대 전까지 최대한 승수를 올린 뒤 지켜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쟁이건 스포츠건 상대와의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비무환.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 삼성화재는 박철우가 떠나던 날까지 7승2패를 거뒀고 떠난 이후 19승4패를 추가했다. 1월20일 대전 LIG손해보험전에서 발생했던 사고로 이선규가 2경기 출장정지를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삼성화재는 누구 하나 빠진다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팀이었다.

조선 수군이 12척의 배로 120척이 넘는 일본 해군을 물리쳤듯 코트에 들어가는 6명 멤버는 뻔했지만 삼성화재 선수들은 상대팀 선수 2명의 몫을 해냈다. 전쟁은 인원수의 많고 적음에서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똑똑한 병사들의 사기와 지도자의 올바른 판단,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는 소통이 승부를 결정한다. 명량해전과 삼성화재가 그렇다.

● 조선수군의 최강 함포 vs 삼성화재의 최강함포 레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은 최강의 무기를 보유했다. 먼 거리에서 상대를 대포로 공략하는 다양한 무기가 있었다. 신기전 비격진천뢰 대장군전 등이 그것이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미사일 혹은 장거리 함포였다. 전술도 일본해군과는 달랐다.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함포사격으로 상대의 배를 침몰시키는 것이었다. 일본해군은 전국시대에 벌어졌던 수많은 전투의 경험 덕분에 육상전술에 능했다. 병사들이 상대의 배에 접근한 뒤 넘어가서 조총과 칼로 싸우는 전술이었다. 대포도 있었지만 조선 수군의 함포거리를 따라오지 못했다.

삼성화재는 그동안 V리그를 거쳐 갔던 수많은 외국인선수 가운데 최고의 폭발력과 높이를 자랑하는 레오를 보유했다. 레오의 공격특성에 특화된 플레이를 했다. 7개 구단 가운데 서브리시브 성공률이 가장 나빴지만 코트 내에서 레오가 있는 곳으로, 레오가 때리기 좋은 높이와 스피드로 연결하는 플레이가 최고였다. 빼어난 세터 유광우를 가진 덕분이기도 했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2단 연결 때 어떤 위치에서건 레오에게 향하는 그 연결은 1위였다. 최고의 무기와 그 무기의 폭발력을 극대화 하는 맞춤전술. 명량해전과 삼성화재는 닮았다.

● 조선수군 판옥선 vs 신치용의 실리배구

판옥선은 배 밑이 평평하다. 물밑으로 많이 가라앉지 않아 앞뒤로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좌우이동이 쉽다. 바다가 얕고 암초가 많은데다 조수간만의 차도 심한 남해안 지형에서는 가볍고 빠른 왜선보다는 훨씬 유리했다.

삼성화재의 배구는 빠르지 않다. 요즘 세계배구의 추세는 스피드. 그러나 신치용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V리그 선수들의 기량을 봤을 때 스피드 배구는 꿈 일뿐이고 실리를 택해야 한다고 믿는다. 화려한 스피드를 추구하다 나오는 범실보다는 안정적이고 확률 높은 배구를 추구했다. 눈에 띄지는 않아도 ‘배구는 받는 것’이라는 기본에서 시작한 삼성화재 배구는 그래서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 무조건 스피드를 따르기 보다는 상황에 맞는 전략. 명량해전과 신치용의 전략은 일직선에 있다.

● 판옥선 노잡이 vs 삼성화재의 팀워크

판옥선의 또 다른 장점은 충돌 때의 내구성이다. 나무에 못을 박아 만드는 왜선과 달리 조선의 배는 나무가 서로 얽히도록 해서 만들었다. 나무는 물을 먹으면서 부피가 커지는데 이 때문에 얽혀진 부분의 빈 공간은 없어지고 서로를 더욱 강하게 조여 주는 단결력이 생겼다. 무거운 판옥선은 그냥 움직이지 않는다. 배를 부단히 움직이려면 배 밑에서 열심히 노를 저어주는 병사의 땀이 필요하다.

삼성화재는 항상 ‘팀을 위한 헌신‘을 강조한다. “내가 빛나고 싶은 욕심을 참고 팀을 위해 내 할 일을 하라”고 선배들은 후배에게 말한다. 공격수의 뒤치다꺼리와 다름없는 어택커버에 누구보다 열심인 팀이다. 조직력에서 어떤 팀도 삼성화재를 따라오지 못했다. 결국은 경기는 ’내‘가 아닌 ’우리‘가 했다.

“승리에는 특별한 전술이 없다. 기본이 중요하다”고 신치용 감독은 늘 말한다. 삼성화재는 묵묵히 팀을 위해 노를 젓는 병사들의 의지가 어느 팀보다 강했다. 보이지 않는 헌신을 하도록 만든 시스템의 승리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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