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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교수 “할머니의 30년 콩맛에 서울大 기술 갈아 넣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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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교수 “할머니의 30년 콩맛에 서울大 기술 갈아 넣었죠”

김성모 기자입력 2015-02-10 03:00수정 2015-02-1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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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약콩두유’ 개발 이기원 교수
6일 오후 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전공 교수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약콩두유’를 손에 들어보이며 콩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6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에 있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실 안으로 180cm가 넘는 키의, 조교 같아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수인사를 나누는데 놀랍게도 그가 바로 인터뷰를 하기로 한 이기원 교수(41·식품생명공학)였다. 희끗한 머리와 볼록 나온 배를 예상했는데 뜻밖이었다.

이 교수는 ‘콩박사’로 유명하다. 10년 넘게 콩을 연구해 왔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콩 화장품(이니스프리 ‘제주콩 자연발효 에센스’)을 만들었고, 농심의 ‘콩라면’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지금은 배우 이영애 씨와 콩을 원료로 한 클렌저 화장품을 개발 중이다.

이 교수는 지난달 서울대 자회사인 밥스누(BOBSNU)를 통해 ‘약콩두유’를 내놓아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은 예부터 해독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쥐눈이콩으로 만들었다. 설탕이나 과당 대신 느릅나무 껍질과 해조류에서 나온 천연물질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으로만 팔았는데도 시판 한 달 만에 30만 개가 팔려 나갔다.

약콩두유를 비롯한 콩 제품에는 이 교수의 숨겨진 집안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의 할머니는 서울 강남구에서 30년 넘게 콩 음식점인 ‘피양콩할마니’를 운영해온 강산애 씨(87)다. 어린 시절 할머니 슬하에서 큰 이 교수는 콩비지를 참 많이 먹었다고 했다. 그때 그 맛과 할머니가 콩비지며 콩국물을 만드는 방식을 참고해 만든 것이 바로 약콩두유다. 이 교수는 할머니처럼 국산 콩을 사용하고, 영양소가 날아가지 않게 콩을 껍질째 갈았다.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서는 커피처럼 콩을 로스팅(볶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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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콩이 건강이 좋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 93세인데 매일 서울 강남에서 경기 의정부를 오가세요. 저녁마다 할머니 음식점에 가서 비지를 드시는데 그게 건강 비결인 것 같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선 콩이 들어간 음식에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표기를 할 수 있다”며 “현재 콩이 피부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연구를 서울대병원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탈리아 음식에 두유와 잣 소스를 쓰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며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식당은 크기도 작고 인테리어가 세련된 것도 아닌데 월 매출이 4000만∼5000만 원이나 됩니다. 제 식당은 전문가들이 다 붙어서 해도 쉽지 않은데 말이지요. 이제와 생각해 보니 할머니가 콩을 손으로 일일이 골라내 음식을 만드시는 것에 세월과 철학이 함께 배어 있었더라고요.”

그는 “할머니의 철학과 노하우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도 계속 콩 관련 연구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약콩두유#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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