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벤처몰 1세대… 해외 온라인 소비시장 ‘접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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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逆직구몰’ 창업 열풍]

아기 발바닥 도장에 탄생 축하 메시지를 새긴 은목걸이. 요즘 미국 조부모 사이에서 손자손녀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한국 유아 장신구 브랜드 ‘까이유’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이 회사 김현미 대표(45·여)는 2002년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고, 2009년에는 미국 직판 사이트도 개설했다.

아기를 위한 돌반지나 은수저를 챙겨온 한국식 정서는 미국에서도 히트를 쳤다. 김 대표는 2013년과 지난해 각각 일본과 중국 직판 몰도 열었다. 10여 년 전에 주문받은 상품을 들고 직접 우체국까지 갖고 가던 김 대표는, 요즘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지를 오가며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 역직구몰 창업, 20대보다 많은 40대

2000년대 초반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태동기를 이끌었던 ‘4050세대’가 역직구몰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동아일보는 국내 최대 쇼핑몰 플랫폼 ‘심플렉스인터넷(카페 24)’에 의뢰해 지난해 쇼핑몰 창업자 9만1643명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역직구몰 창업자 7857명 가운데 40대가 29.1%(2287명)로 20대(1261명·16.4%)보다 2배 가까이로 많았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용 쇼핑몰 창업자 8만3786명 중에서는 20대가 30.0%(2만5140명)로 40대(1만5890명·18.9%)보다 많았다. 50대의 비중도 역직구몰에서 9.3%로 국내 쇼핑몰(6.1%)에 비해 높았다. 30대는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 모두에서 가장 높은 연령 비중을 차지했다.

2000년대 초반 김 대표가 다니던 액세서리 가공 업체는 당시 국내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몇 안 되는 곳이었다. 김 대표는 그곳에서 배운 웹디자인 실력으로 까이유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젊은 세대만 변화에 민감한 것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것은 젊은 세대가 더 잘하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갖지 못한 경험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역직구몰 창업에서 40대 이상 장년층이 20대 창업자를 앞서는 이유는 △온라인 쇼핑몰 창업 경험과 인맥이 있고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섭 중소기업청 벤처정책과장은 “초기 벤처 세대의 귀환은 최근 창업 시장에서 나타나는 트렌드”라며 “특히 부침(浮沈)이 심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기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활약해온 사업자들이 해외 직판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시장 요구에 ‘역직구몰’ 오픈


역직구몰을 창업한 4050세대 중에는 벤처 태동기 시절 정보기술(IT) 비즈니스 경험이 있거나, 당시 정부가 지원했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한 사람이 많다. 처음부터 ‘해외 직판’을 겨냥해 뛰어든 2030세대와 달리 국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의 요구에 따라 직판 시장에 뛰어든 경우다.

역직구몰 창업이 가장 많은 아이템은 의류(35.1%)다. 이어 화장품(11.5%), 생활가전·가구(6.6%), 패션잡화(5.8%) 순이다.

2002년부터 스노보드복 온라인 쇼핑몰 ‘롬프’를 운영해온 조우빈 대표(45)는 원래 의류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스노보드 마니아였다. 1999년 벤처 붐 당시 한 IT 기업에서 일한 것을 계기로 쇼핑몰을 창업했다. 조 대표는 “그때 해외브랜드 스노보드복이 50만 원 선이었는데 4만5000원에 인터넷에 올렸다”며 “쇼핑몰 창업 2주 만에 400벌이 팔렸다”고 말했다. 주요 구매 연령대인 20, 30대는 당시 막 온라인 쇼핑을 시작하던 세대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자 해외에서도 구입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한국이 겨울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자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산 겨울스포츠 의류에도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러시아와 캐나다 등에 직판 쇼핑몰을 열고 본격적인 해외 주문을 받고 있다. 조 대표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상자에 초코파이와 팩소주, 라면과 함께 러시아어로 쓴 손편지를 넣어 러시아 고객 100명에게 보낸다.

2010년 아동복 전문 쇼핑몰인 ‘초코별’을 오픈한 김태영 대표(41·여)도 정부가 무료로 제공했던 홈페이지 개설, 쇼핑몰 창업 교육을 수강한 벤처 초기 세대 중 한 명이다. 학원에서 배운 웹디자인 기술로 혼자 창업한 그는 지금 직원 20명, 연매출 60억 원인 기업의 대표가 됐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 아동복에 대한 해외 문의도 늘어난 것. 김 대표는 지난해 중국어, 일본어로 된 쇼핑몰을 열었고 아동용 한복 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 역(逆)직구 ::

최근 유행하고 있는 ‘직구(해외 직접 구매)’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국내 판매자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역직구몰’이란 이러한 역직구의 통로로 쓰이는 온라인 쇼핑몰의 줄임말이다.

곽도영 now@donga.com·서동일 기자
#역직구몰#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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