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뺑소니’, 소주 4병 마시고 운전…뒤늦은 자수 이유 뭘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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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TN캡쳐화면, 동아일보DB
사진=YTN캡쳐화면, 동아일보DB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을 조사 중인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자수한 허모 씨(37)가 사고 직전 소주 4병을 마시고 운전하다 사고 낸 사실을 확인하고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는 10일 오전 1시반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한 도로에서 강모 씨(29)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은 허 씨로부터 9일 저녁부터 이튿날까지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혼자 소주 4병가량을 마시고 자신의 윈스톰 차량을 운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허 씨는 “뭔가를 치기는 했지만 사람이 아니고 조형물이나 자루인 줄 알았다”고 전날과 같은 진술을 했다.

허 씨의 자수 소식을 듣고 흥덕경찰서를 찾아와 용서의 손을 내밀었던 피해자 강 씨의 아버지(58)는 이 같은 진술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만에 마음을 바꿨다. 그는 “177㎝인 아들을 치고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 진정으로 반성하고 자수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허 씨는 사고 나흘 뒤인 14일 인터넷을 통해 ‘크림빵 아빠’ 사건을 보고 비로소 자신이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경찰에 자수 하지 않고 평소처럼 청원구 오창 직장에 정상 출근했다. 또 부모가 살고 있는 충북 음성에 사고 차량을 21일 가져다 놓은 뒤 친구와 함께 24일 충남 천안의 한 자동차 부품판매점에서 사고 당시 깨진 안개등 덮개와 라디에이터그릴 등 부품을 구입해 직접 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부품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어 어느 정도 기술이 있던 허 씨는 정비소를 통해 수리하면 사고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직접 수리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허 씨가 범행 사실을 숨기려다 29일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자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허 씨는 자신이 사는 청주시 서원구의 한 아파트 인근 야산에 올라가 자살 하려고 했다가 아내로부터 “경찰에 신고했으니 자수하라”는 얘기를 듣고 아내와 함께 경찰에 출두했다.

사건이 해결되긴 했지만 경찰의 이번 사건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용의 차량이 제2운천교 방향으로 달아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그 일대의 폐쇄회로(CC)TV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은 화면에 나온 BMW 차량을 용의차량으로 보고 수사했지만 헛다리만 짚은 셈이었다. 경찰 수사는 제2운천교 반대쪽에 있는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직원이 “우리 사무실 쪽 CCTV가 있다”고 알려온 뒤에야 제자리를 찾았다. 사고 지점과 불과 170m가량 떨어진 곳이었지만 경찰이 이 화면을 확보해 용의차량을 윈스톰으로 특정하는 데 17일이 걸렸다.

박세호 흥덕경찰서장은 30일 브리핑에서 “저희들의 불찰이다. 하지만 새로운 CCTV를 발견해 결과론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초동 대응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박 서장은 또 신고자 현상금(500만 원)과 관련해 “규정과 절차를 검토해 (신고자인 허 씨 아내에게) 지급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씨는 임신 7개월 된 아내의 임용고시 준비를 돕기 위해 화물차 기사로 일 하다 변을 당했다. 당시 현장에서 강 씨가 아내를 위해 들고 가던 크림빵이 발견되면서 ‘크림빵 뺑소니’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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