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불법판촉에 악용된 ‘의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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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김보성 팬사인회 내걸고 뒤로는 할인판매 꼼수 이벤트
최근 연예인 홍보모델 채용 늘어… 청소년 흡연유도 등 악영향 우려

전자담배 수요가 급증하자 국내 전자담배 업체인 A사는 최근 배우 김보성 씨(49·사진)를 전속 모델로 발탁했다. ‘의리의 사나이’로 알려진 김 씨의 남성미를 이용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A사는 24일 경기 부천시 본사 직영 매장에서 김 씨의 팬 사인회를 열고 홍보활동을 펼쳤다. 사인회는 수많은 시민이 참석해 성황리에 끝났지만 현행법에 어긋난 불법 행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사는 이날 고객이 김 씨의 사인과 인증샷을 제시하면 14만5000원짜리 전자담배 세트를 9만9000원에 할인 판매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A사의 팬 사인회는 담배 판매 촉진을 위한 광고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담배사업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을 위반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9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 광고는 소매점(편의점 등) 내 스티커 부착, 게시판 포스터, 잡지광고 연간 10회 등으로 제한된다”며 “규정에 없는 팬 사인회를 통해 담배 홍보가 이뤄졌고, 홍보가 판매로도 이어졌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 활동이다”라고 말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에 전자담배 광고 규제가 명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지부가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같은 법적 규제를 받는다. 불법 판촉 활동 논란에 대해 A사 관계자는 “불법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객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명 연예인을 홍보에 이용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복근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사무총장은 “술과 담배는 청소년보호법상 유해약물로 분류돼 있다. 이미지가 좋은 연예인이 담배를 홍보하게 되면 청소년의 담배에 대한 경계심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예인을 담배 모델로 발탁할 수 없다는 법적 규정은 없지만 일반 담배 업계에서는 흡연 권장 및 유도를 막기 위한 불문율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일반 담배와의 경계가 모호했던 전자담배 업계에서는 연예인을 동원한 홍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연예인이 홍보 모델인 전자담배 업체는 A사 외에 두 곳이 더 있었다. 한 일반 담배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도 사실상 담배인데 도의적 의무를 지지 않으려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는 A사의 불법 판촉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전자담배#전자담배 불법판촉#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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