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변종국]피해자 뒤에 숨은 ‘부당 수임’ 민변 변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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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사회부
변종국·사회부
“이 억울한 사람들(과거사 사건 피해자)이 기자분 가족이거나 당사자라고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자신이 관여한 과거사 관련 소송을 사후에 부당 수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이명춘 변호사(56)는 28일 오전 검찰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억울함을 다 표현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그 억울함을 들어준 나를 찾아온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부당 수임 혐의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과거사 피해자들을 불쌍하게 생각해 그들의 사건을 수임해 줬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변호사의 이런 행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불쌍해서 사건을 수임했다”는 이유가 감정샘을 자극할지는 몰라도 부당 수임 혐의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12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이 변호사에게 기자들은 “억울한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변호사는 “저기 (과거사 관련) 피해자에게 물어보시든지”라며 지방에서 올라온 피해자를 앞세웠다. 이 변호사는 끝까지 “인간적인 도리에서 비롯된 수임이다”라는 점을 앞세우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들을 도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정부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담당했던 사건을 수임하는 ‘선행’은 역으로 과거사 피해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가 맡았던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의 일부 재심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인데, 법정에서 부당 수임 의혹 문제가 분명히 제기될 테고,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임을 염두에 두고 위원회에서 활동해 피해를 과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 된다. 이 변호사가 그렇게 돕고 싶어 했던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배상을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 변호사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을 위하고 싶었다면 사건 수임 의뢰가 들어왔을 때 다른 변호사를 연결해 줬어야 했다.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했더라도 직전에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을 수임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다. 차라리 돈을 받지 않고 변론을 해줬다면 이 변호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총도 없었을 것이다. 돈도 받고 인간적인 도리도 다하고 싶었다면 그것은 지나친 욕심일 뿐이다.

이 변호사의 ‘연민(憐愍)을 앞세운 정당화’가 오히려 과거사 피해자들의 억울함에 흠집을 내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변종국·사회부 bjk@donga.com
#부당 수임#민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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