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회고록]2008년 금융위기로 통화스와프 추진때 美-日냉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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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화스와프 뭔지는 아나” 비아냥
日 처음엔 고작 30억달러 제안… 中과 300억달러 체결하자 日돌변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 일본 등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미국은 초기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며 “미국은 선진국만을 대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데 당시 한국은 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기술했다. 이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반응은 더욱 냉담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연준으로부터 ‘통화스와프가 뭔지나 아느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런 미국의 태도는 한국을 주요 20개국(G20) 체제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극적으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협상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회고록에 따르면 일본은 2008년 11월 30억 달러 수준의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다. 한국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한국이 “그 정도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며 거절하자 일본이 50억 달러를 제안해 왔고, 다시 거절하자 이번에는 70억 달러를 제안했다. 한국은 이를 재차 거절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자 일본 실무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일본계 자금은 한국의 외환 수급에 협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꺼냈다”고 밝혔다. 일종의 협박이었다. 외환위기 당시 일본은 100억 달러 상당의 자금을 한국에서 인출해 외환위기 발생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한국은 일본과 협상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중국과 협의에 나서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그러자 일본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이 전 대통령은 “일본은 한술 더 떠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중국과 체결한 것보다 먼저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회고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명박 회고록#통화스와프#미국#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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