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전 아버지처럼 꼭 우승했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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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회 대회 제패 주역 故최정민 전 감독 장녀, 당시 사진 공개

1950년대 ‘아시아의 황금 다리’로 불리며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고 최정민 전 축구대표팀 감독. 1956년 초대 대회 최종전인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2골을 몰아 넣으며 한국의 우승에 앞장선 최 전 감독이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1956년 9월 16일 홍콩의 한 스튜디오에서 우승컵을 든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 최혜정 씨 제공
1950년대 ‘아시아의 황금 다리’로 불리며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고 최정민 전 축구대표팀 감독. 1956년 초대 대회 최종전인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2골을 몰아 넣으며 한국의 우승에 앞장선 최 전 감독이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1956년 9월 16일 홍콩의 한 스튜디오에서 우승컵을 든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 최혜정 씨 제공
1960년 10월. 한국축구대표팀은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안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홍콩에서 열린 첫 대회에 이은 2연패의 쾌거였다. 그때는 몰랐다. 이후 55년이나 아시안컵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할 줄은….

“호주 아시안컵에서 이정협 선수가 뛰는 걸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나요. 키 크고 빠르고 골 잘 넣고….”

아시안컵 1, 2회 대회에 선수로 출전해 잇달아 우승컵을 품에 안은 최정민 전 축구대표팀 감독(1930∼1983)은 1950년대 한국 최고의 축구 스타였다. 평안남도 출신으로 1·4후퇴 때 월남했던 최 전 감독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골잡이로 이름을 날리며 ‘아시아의 황금 다리’ ‘100만 불 왼쪽 다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당시 최고의 실업팀이었던 양지축구단 창단 감독을 했고, 1977년에는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최 전 감독의 장녀인 최혜정 씨(53)는 “요즘 젊은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아버지는 정말 축구를 잘하셨어요. 지도자로서 그라운드에서는 무섭고 엄했어도 자식들에게는 정말 자상하셨죠. 아마 하늘에서 한국을 열심히 응원하실 겁니다”라고 말했다.

2회 대회 우승 주역 가운데는 4골을 터뜨렸던 조윤옥 전 축구대표팀 감독(1939∼2002)도 있다. 1960년 21세의 나이로 베트남과의 1차전에서 2골을, 이스라엘과의 2차전에서도 2골을 넣으며 한국의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다. 조 전 감독은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하는 날 별세했다. 대신 조 전 감독의 아들이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돕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조준헌 홍보팀장(42)이다. 조 팀장의 아내 신현경 씨(43)는 2001년부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영양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호주에 오기 전 부친의 묘소에 들렀다는 조 팀장은 “아버지에게 한국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지금 한국이 27년 만에 결승에 오른 것을 하늘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계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건 why@donga.com / 시드니=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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