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의 땅에서 캐온 피안을 향한 몽환적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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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집 ‘곱사무’ 낸 포크싱어 김두수

김두수의 6집 앨범 ‘곱사무’ 표지
김두수의 6집 앨범 ‘곱사무’ 표지
21일 오후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포크가수 김두수는 “이번 앨범 ‘곱사무’에선 곱사춤 추듯 힘들게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1일 오후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포크가수 김두수는 “이번 앨범 ‘곱사무’에선 곱사춤 추듯 힘들게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시간은 둥근 것, 당신의 시계처럼/맴돌다 가는 꿈…’(‘시간의 노래’) ‘…저 누생(累生)의 물결 위에/억겁을 흐르는 연(緣)/저 강을 어이 건너리…’(‘강 건너기’)

트레몰로(음이나 화음을 빠른 속도로 떨리는 듯 되풀이하는 연주법)나 빠른 분산화음 연주로 변칙 박자를 넘나들며 너울대는 통기타 소리, 덩굴처럼 감겨오는 플루트 신시사이저 트럼펫 현악, 강풍을 버티는 창호지처럼 위태롭게 떨리는 음성, 그리고 피안(彼岸)을 그리는 노랫말.

김두수(본명 지서종·56)의 음악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떠내려온 것 같다. 쎄시봉은 물론이고 김민기 한대수 정태춘의 포크음악과도 다르다. 김민기가 ‘친구’를 잃은 바닷가에 서고, 정태춘이 ‘북한강에서’ 안개를 보는 동안, 레테의 기슭을 꿈꾼 걸까. 그가 최근 낸 6집 ‘곱사무(舞)’는 마치 ‘반지의 제왕’ 속 모르도르의 늪지대나 어둠의 숲으로 손짓하는 마른 손 같다.

1986년 데뷔 이래 매스미디어 노출 없이 독특한 예술성만으로 음악 팬들 사이에 전설이 된 포크 가수. 김두수는 저녁, 노을, 낙화를 노래하기 위해 지난해 보헤미아를 품은 땅, 체코로 떠났다. 초행이었다. 그의 1991년 대표작 제목인 ‘보헤미안’(QR코드)들, 즉 현지 연주자들을 기용해 지난해 5월부터 한 달간 프라하 교외의 강과 숲을 벗한 외딴 스튜디오에서 신작 녹음에 임했다. 김두수는 “늘 보헤미아를 여행해 보고 싶었는데 바람이 실현됐다. 그쪽 음악인들은 연주법도 조금 달랐다”고 했다. 악기 편곡은 전부 김두수가 했다.

대중 활동 없이 숨죽였던 김두수의 몽환적인 포크는 1990년대에 신비로운 해외 음악을 즐겨 듣던 국내 마니아들의 레이더망에 뒤늦게 걸리며 입소문이 났다. 급기야 일본 회사에서 그의 음반을 제작·유통했다. 유럽에도 팬이 생겼다. 5, 6년 전부터 일본·유럽 순회공연을 다녔다. 해외 평단은 그의 음악을 애시드 포크나 사이키델릭 포크로 분류하지만 정작 그는 “영향을 받거나 사사한 음악가도 없다. 머릿속 심상을 표현하려 애쓸 뿐”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김두수의 땅은 전북 군산이다. 2년 전 그곳에 오래된 시골집을 얻었다. 음악만 하며 가난히 산다. “지평선을 볼 수 있고, 석양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그에게도 음악다방 통기타 가수를 하던 20대가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비지스나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를 부르던. 별세한 모친을 사무치게 그리며 만든 ‘꽃묘’(1986년)부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발견했다.

“사람의 생과 그 여정, 자연과 우주의 교섭…. 이것이 제가 계속해 좇고 싶은 주제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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