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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발 무서워 건보료 개편 접은 정부, 개혁에서 손 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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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발 무서워 건보료 개편 접은 정부, 개혁에서 손 뗄 건가

동아일보입력 2015-01-30 03:00수정 2015-0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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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의 개편 방안을 발표 하루 전에 백지화한 것은 정책의 절차와 신뢰, 투명성을 무시한 일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선안 발표를 하루 앞둔 28일 “올해 안에는 건강보험료 개선안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내년 4월 총선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개편이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현행 건보료 체계는 공정성과 합리성에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역 가입자는 소득이 없더라도 집 한 채와 자동차가 있으면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반면에 소득이 많아도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건보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자’도 적지 않다. 가난 때문에 비극적으로 숨진 ‘송파 세 모녀’는 한 달에 5만140원의 건보료를 냈지만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보유 재산 5억 원에 연금만 한 해 수천만 원을 받는데도 부인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내지 않는다.

복지부는 근로소득 이외에 임대 등 종합소득이 많은 직장 가입자와 고소득 피부양자의 건보료를 올리는 한편으로 지역 가입자는 소득을 고려해 건보료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2013년 민관 합동으로 기획단을 구성해 개선안을 논의해 왔으며 내년에 새로운 부과 방식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7일 “개선안 발표를 2월 말로 미루겠다”고 했다가 다음 날 “올해 안에는 안 하겠다”로 말을 바꿨다. 연말정산 역풍에 깜짝 놀란 청와대가 복지부에 백지화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소문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건보료를 원안대로 개편할 경우 지역 가입자 중 602만 가구는 혜택을 보지만 고소득 직장인 등 부담이 늘어날 45만 명의 반발이 두려워 개선안을 접었다는 것이다.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25일 오전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오후에는 “올해는 추진하지 않겠다”로 말을 뒤집었다. 청와대가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데 놀라 여론의 눈치를 살핀 게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건보료 부과 방식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증세가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꼼수 증세를 한 연말정산과는 다르다. 정치적인 이유로 해야 할 일을 못 한다면 앞으로 무슨 개혁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건보료 개편을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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