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승일]세계가 북극으로 몰려드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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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일 극지연구소 북극환경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남승일 극지연구소 북극환경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필자를 포함해 전 세계 10개국에서 참여한 과학자와 승조원 등 총 90명이 승선한 1만8000t급 독일 쇄빙선 ‘폴라르스테른’호가 2014년 8월 5일 아침 북위 70도에 위치한 노르웨이 트롬소 항을 출발했다. 전인미답 해역인 알파 해령과 로모노소프 해령을 탐사하기 위해서다.

북위 82도를 지나면서 두껍고 단단한 다년빙에 막혔다. 20년 이상 북극 탐사를 주도해온 선장과 탐사책임자도 위성으로 전송된 해빙차트를 갖고는 어느 곳으로 얼음을 깨고 나가야 할지 쉽사리 판단하지 못했다. 날씨가 조금 나아졌을 때 헬기를 띄워 해빙 상태를 관찰한 후 항로를 변경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하기를 일주일, 필사의 고투(苦鬪)를 벌인 끝에 우리는 8월 26일 드디어 북극점에 도달했다. 1993년 독일 유학 시절 폴라르스테른에 올라 첫 북극탐사를 시작한 뒤 열 번째 도전 끝에 한국인 과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북극점에 도달하는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그 시기 북극점 주변에는 세계 각국의 쇄빙선이 탐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캐나다의 ‘루이 생로랑’호와 ‘테리 폭스’호는 우리보다 하루 뒤 북극점에 도달했다. 1991년 북극점에 처음 도달한 이후 여섯 차례나 북극점을 밟았던 스웨덴 쇄빙선 ‘오덴’호도 동시베리아 대륙붕 탐사를 마치고 로모노소프 해령 탐사를 수행했다. 중국도 ‘쉐룽(雪龍)’호를 이용해 북위 80도 서북극 결빙해역을 탐사했다.

우리나라 쇄빙선 ‘아라온’호는 7월 말부터 해빙이 주로 녹아있는 축치 해와 보퍼트 해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라온호가 해빙이 녹은 저위도 해역에서 탐사를 하는 동안 다른 나라 쇄빙선은 모두 80도 이북의 다년빙으로 덮인 해역을 탐사했던 것이다. 왜 전 세계 쇄빙선들이 이 지역을 앞다퉈 탐사하는 것일까?

이 해역이 북극해 생성 및 진화의 역사와 전 지구의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낼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극해의 해빙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해저에 매장된 막대한 에너지와 광물자원에 대한 탐사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해빙이 녹으면서 열리는 북극 항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됐다. 현재 독일 중국 노르웨이는 향후 북극에서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와 쇄빙능력을 가진 쇄빙선 건조에 전력하고 있다.

아라온호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북극해 활동영역 확보를 위한 무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는 한계에 이르렀다. 하루빨리 ‘제2 쇄빙선’이 건조돼 북극해 연구 및 탐사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자원 탐사 및 항로 개척에 나설 수 있다면 북극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영향력이 커져 기득권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다. 아라온호의 명성을 잇는 제2 쇄빙선이 북극점에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남승일 극지연구소 북극환경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북극#아라온#북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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