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황인찬]안전처 대원의 안전은 어디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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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사회부 기자
황인찬 사회부 기자
부산에서 동북쪽으로 약 5000km 떨어진 러시아 베링 해의 환경은 가혹했다. 8m 높이의 파도는 대원들을 쉴 새 없이 들었다 놨다. 초속 20m가 넘는 강풍에 실린 물보라는 차디찬 얼음 알갱이로 변해 대원들의 뺨을 때렸다. 영하 18도의 추위와 거센 파도 탓에 결국 엔진 2개 가운데 하나는 고장이 났다.

선상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구조작전이 한 달, 혹은 두 달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가져간 물자를 최대한 아껴야 했다. 물 600t을 싣고 갔지만 제한급수 때문에 대원들은 제대로 씻지 못했다. 부식마저 떨어져 반찬 없이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그렇게 사투를 벌인 대원들은 38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5일 부산항으로 돌아왔다. 베링 해에서 침몰한 오룡호의 구조작업에 나섰던 대한민국 경비함정 5001함(5000t급) 얘기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가 보유한 경비함 중에서 가장 큰 5001함은 지난해 12월 1일 오룡호가 침몰하고 나흘 뒤 구조작전을 펴기 위해 떠났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사고를 당하면 국가가 조속히 구조대를 파견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우리 해경이 베링 해에서 제대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장비는 물론이고 숙련된 인력마저 크게 부족했다는 점이다.

5001함은 국내 연안 경비용이라 혹한기 작전에는 적합하지 않다. 실제로 극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엔진 실린더 헤드가 부러지는 등 여러 장비가 말썽을 부렸다. 대원들은 나무망치를 들고 선상에 붙은 얼음을 깼다. 김동진 함장은 “베링 해에서 만난 미국 구조대들이 ‘어떻게 이런 배를 타고 왔냐’고 우려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비함을 보낸 안전처도 사실 노심초사였다. 구조대원들이 사고를 당할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함장은 “대원들에게 ‘국민을 위해, 우리가 죽어도 가자’고 다독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가슴 아픈 일은 또 있었다.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장. 지난해 7월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지원하고 복귀하다 헬기가 추락해 순직한 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 대원 5명이 특별상 수상자였다. 순직한 대원들 대신에 단상에 오른 유가족들이 흘린 뜨거운 눈물로 시상식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행사에 참석한 박인용 안전처 장관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안전처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조직이다. 높아진 안전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 안전처의 해경, 소방대원은 1초라도 빨리 움직일 것을 요구받고 있다. 사소한 실수에도 “안전처가 창설됐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붙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칫 무리한 작전이 펼쳐질까 걱정된다.

국민뿐 아니라 대원들도 안전해야 한다. 그들 역시 어느 아이에게 소중한 아빠이고 엄마이며, 국가가 보호해야 할 귀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황인찬 사회부 기자 hic@donga.com
#안전처 대원#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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