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전통시장 매니저 효과… “시장이 살아났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시, 50명 선발 1년 운영해보니
친절 교육-상품 개발-홍보 이벤트… 손님 부쩍 늘고 물품 판로 넓어져
상인들 사비 털어 정직원 채용도… “대형마트-백화점, 긴장해야할걸”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구 후암시장 상인들은 ‘50년 묵은 체증’을 해소했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시장 뒷골목 공터를 말끔히 청소한 것이다. 이곳에는 시장이 생길 때부터 버려지기 시작한 생선상자 고무통 등 폐집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무려 5t 화물차량 2대 분량이었다.

‘50년 만의 대청소’는 강동진 씨(36)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2014년 한 해 동안 ‘후암시장 매니저’로 활동했다. 강 씨는 묵은 쓰레기 청소는 물론이고 명절 이용객 유치를 위해 처음으로 시장에서 ‘두텁바위 마을축제’라는 행사도 기획했다. 덕분에 지난해 추석 때 약 2000명이 축제 현장을 찾았다.

○ 전통시장 기 살리는 매니저들

서울시는 지난해 45개 전통시장에서 50명의 ‘전통시장 매니저’를 운영했다. 평범한 샐러리맨부터 창업준비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된 매니저들은 회계부터 친절교육, 상품 개발, 홍보 및 이벤트 기획까지 내 일처럼 뛰어들었다.

이들의 활약으로 성북구 정릉시장에서는 ‘표주박 감로주’라는 특화상품이 만들어져 팔리기 시작했다. 관악구 신원시장은 온라인 블로그를 개설해 전통시장의 판로를 넓히고 있다. 중랑구 동부골목시장은 일회성 이벤트를 축제로 발전시키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매니저들이 제 몫을 한다”는 입소문이 나자 올해는 71개의 시장에서 “매니저를 보내 달라”고 신청할 정도다.

서울시가 제도 시행 1년을 맞아 이달에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50명 중 49명의 매니저가 상인들로부터 ‘시장 이용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강 씨는 “상인들에게 다른 시장의 발전 성공사례를 알려주며 ‘우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더니 정말 시장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기원 후암시장 상인회장(60)은 “손님들이 시장이 달라지는 걸 먼저 느끼더라”며 “올해도 매니저가 꼭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정직원 된 매니저도 등장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에는 조만간 시장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소독해줄 ‘스팀청소기’가 들어온다. 자동차 스팀청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는 지난해 말까지 이곳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박경수 씨(41)가 제안했다. 박 씨는 매니저로 일하는 동안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설치해 시장 입구를 환하게 만들고, 안전을 위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주도했다.

이런 노력이 고객 유치 등 실제 성과로 이어지자 상인들은 “계약직이 아닌 정직원으로서 도와 달라”고 박 씨에게 제안했다. 박 씨는 이 시장의 어엿한 상무이사로 고용됐다. 요즘 박 씨는 시장 안에서 손님들이 편히 쉬거나 불편사항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고객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박 씨는 “처음 상인들은 낯선 사람의 등장에 거리를 두고 무뚝뚝하게 대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시장을 대형마트, 백화점의 경쟁 상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는 올해도 51명의 전통시장 매니저를 선발해 운영할 계획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전통시장#매니저#효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