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만명 건보료 올려 불균형 해소”… 2년 끌다 반발 무서워 그냥 덮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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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 파문
정부가 준비한 개선안 적용된다면 600만가구 지역 건보료 인하 가능

최근 중소기업을 그만둔 A 씨(43)는 월 6만 원 정도였던 건강보험료(건보료)가 18만 원 정도로 올랐다. 수입은 없어졌는데 오히려 건보료가 오른 것. 직장에 다닐 땐 월급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부과됐지만 직장이 없는 현재는 아파트와 자동차 등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부과되는 것이다. A 씨는 2억 원대 아파트와 중형차를 가지고 있다.

B 씨(63)는 금융소득과 지인의 사업을 중간 중간 돕는 활동을 통해 연 200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다. 2억 원 중·후반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역시 중형차를 타고 있다. 하지만 B 씨는 건보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직장을 다니는 아들이 있어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은 A 씨와 B 씨 같은 ‘불평등 사례’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더 많은 소득이 있어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에게서 건보료를 더 걷겠다는 것. 반대로 소득이 없거나 적어 생활이 힘든 이들의 건보료를 내리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현재는 직장 가입자 중 근로소득(월급) 외에 연 720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있는 사람들만 추가로 건보료를 내고 있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등을 이용해 수천만 원(7200만 원 이하)의 월급 외 소득을 올리는 직장인들도 월급이 소득의 전부인 직장인들과 같은 수준의 건보료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피부양자 자격도 문젯거리였다. 금융소득이 연 4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을 합쳤을 때 연 4000만 원을 초과해야만 피부양자 자격에서 제외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연 4000만 원을 벌어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으면 건보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작업은 현행 체계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형평성을 맞춘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은퇴자, 연금 생활자, 실업자 등 ‘직장이 없는 사람’들을 주택과 자동차 같은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아 이를 개선하는 데 큰 기대를 걸었다.

실제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연구했던 개선기획단은 7개 개선안을 마련했고, 이 안들을 적용할 경우 소득이 없거나 낮은 이른바 ‘저소득층 지역가입자’들을 중심으로 전체 지역가입자의 80% 수준인 600만여 가구의 건보료가 낮아질 수 있었다.

복지부와 개선기획단 안팎에서 개선안 논의 중단을 두고 ‘지역가입자들의 건보료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건강보험료#개편#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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