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토스테론 함유’ 명시돼 있는데… 의사가 몰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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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도핑 파문, 진실은
호주대회 앞둔 2013년말에도 주사… 경기후 도핑테스트에선 검출 안돼
해당 병원, 상류층 대상 예약제 운영… 전문가들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금지약물 몰랐다는게 이해안돼”… 2월 27일 로잔청문회서 운명 결정

국제수영연맹의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난 박태환(26·사진)에게 금지약물이 포함된 주사를 놓은 병원이 주사의 성분을 모르고 놓았을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다음 달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릴 국제수영연맹(FINA)의 청문회에서 박태환의 선수 생명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는 박태환이 주사의 성분을 알고 맞았는지 모르고 맞았는지다.

박태환 선수가 투여받은 것으로 알려진 네비도의 외관에는 도핑금지 성분인 ‘Testosterone(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됐다는 문구(점선)가 적혀 있다. 동아일보DB
박태환 선수가 투여받은 것으로 알려진 네비도의 외관에는 도핑금지 성분인 ‘Testosterone(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됐다는 문구(점선)가 적혀 있다. 동아일보DB
박태환이 맞은 ‘네비도’ 주사는 남성 갱년기 치료제로 비뇨기과에서 주로 사용된다. 노화방지 치료용으로 재활의학 병원에서도 쓰이고 있다. 박태환이 치료를 받은 서울 중구 T병원의 김모 원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김 원장이 해당 약품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네비도의 약품 케이스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남성 호르몬제 ‘Testosterone(테스토스테론)’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적혀 있다.

한 재활의학 전문의는 “노화방지 치료를 하는 병원에서 자주 쓰이는 약물이 테스토스테론이다. 테스토스테론을 직접 다루는 노화방지 의사는 이 약물에 대한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며 “T병원의 김 원장이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 줄 몰랐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검찰 조사에서 “지인의 소개로 이 병원에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T병원은 국내 최고급 호텔 안에 있다. 병원 출입구 벽에는 영어로 노화방지(anti aging)와 재활(rehabilitation)이라고 적혀 있다. 입구는 병원이라기보다는 고급호텔을 연상시킨다. 상류층을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돼 박태환 같은 유명인들에게는 일반인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수 있다.

김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봉사 목적으로 박태환을 무료로 도와줬다고 진술했다. 병원 관계자는 “혈액 검사를 했는데 남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져 있어서 정상 수치로 올라가도록 놔줬다. 다른 손님도 그런 식으로 투약하곤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태환이 이 병원을 처음 간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기타 여러 가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 병원을 다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태환이 이 병원의 스타마케팅 전략에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 스타는 일선 병원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귀한 몸이다. 은승표 코리아정형외과 원장은 “많은 병원들이 유명 스타들에게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을 하고 있다. 이런 병원들은 주변에 선전하기 위해 안 해도 되는 수술을 권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9월 말 실시한 박태환의 아시아경기 도핑테스트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는 27일 “아시아경기 도중 실시한 박태환의 도핑테스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원하 대한스포츠의학회장은 “박태환이 9월 초 국제수영연맹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9월 말 정상으로 나왔다는 것은 체내의 테스토스테론이 이미 상당히 희석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테스토스테론은 소변검사를 하느냐 혈액검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아시아경기 때 선수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도핑 검사를 했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 박태환은 2013년 말에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챔피언십 남자 자유형 200m 출전을 앞두고 T병원의 김 원장에게서 네비도 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경기를 마친 뒤 실시된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재영 elegant@donga.com·유근형 기자
#테스토스테론#박태환#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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