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림이法이 통학풍경을 바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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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통학車 안전강화 29일 시행… 차량 보호표지-표시등 설치 늘고
신고 의무화로 신고대수 20% 증가… 학원차에 보조교사 동승도 많아져

2013 위험한 나홀로 승차 → 2015 안전한 보호자 인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한 
‘세림이법’ 시행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인솔 교사의 지도에 따라 안전하게 통학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위 사진). 2013년 2월 27일 서울 양천구의 한 도로에서 인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통학차량에 타기 위해 차량 
사이를 뛰어가는 어린이의 모습(아래 사진)과 대조적이다. 홍진환 jean@donga.com·변영욱 기자
2013 위험한 나홀로 승차 → 2015 안전한 보호자 인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한 ‘세림이법’ 시행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인솔 교사의 지도에 따라 안전하게 통학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위 사진). 2013년 2월 27일 서울 양천구의 한 도로에서 인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통학차량에 타기 위해 차량 사이를 뛰어가는 어린이의 모습(아래 사진)과 대조적이다. 홍진환 jean@donga.com·변영욱 기자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세림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9일부터 시행된다.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지 675일 만에 이룬 결실이다. 동아일보는 2013년 2월 7세 어린이가 태권도장 통학차량에 옷이 끼여 끌려가다 숨진 사고와 한 달 뒤 김 양의 사고를 계기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을 강화하는 세림이법의 입법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본보의 연이은 보도는 국회의원들이 관련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 개정안이 2013년 12월 31일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세림이법이 시행됨에 따라 어린이 통학차량(9인승 이상 버스·승합차)은 반드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30만 원이 부과된다. 또 운전자 외에 성인 보호자 한 명이 동승해 어린이의 승하차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보호자 동승 규정은 학원, 체육시설 등의 15인승 이하 차량에 한해서 2년간 유예된다. 운전자는 승차한 어린이가 안전띠를 맸는지 확인한 뒤 출발해야 한다.

세림이법은 어린이들의 통학 풍경을 바꿔 놓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의 어린이 통학차량은 대부분 보호 표지와 표시등 등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7,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를 찾아가 보니 2년 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취재팀이 확인한 65대 통학차량 중 51대(78.5%)가 어린이 보호 차량을 뜻하는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일부 도색이 안 돼 있는 차량도 조만간 도색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 보호 차량’이라고 쓰인 보호 표지도 대부분 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세림이법의 시행으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세림이법이 본격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신고제도 및 안전교육 등이 강화되면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며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는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찰에 신고된 어린이 통학차량 수도 크게 늘었다. 2013년 5만5885대였던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대수는 2014년 6만7121대로 20.1%나 증가했다. 특히 1484대에 불과했던 학원 소속 어린이 보호 차량은 같은 기간 1484대에서 2240대로 50% 넘게 늘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학원 및 체육시설의 차량들이 대거 정부의 안전관리 대상으로 들어온 것이다.  
▼ 학원車 3분의2 안전띠 안해… 계도 필요 ▼

세림이法 29일 시행… 통학풍경 바꾸다


28일 서울 양천구 파리공원 옆에 정차 중인 한 어학원 통학차량에서 어린이가 차량진입방지봉을 잡은 채 내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8일 서울 양천구 파리공원 옆에 정차 중인 한 어학원 통학차량에서 어린이가 차량진입방지봉을 잡은 채 내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유동배 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관리감독을 꾸준히 강화해 세림이법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시설 관계자와 학부모들도 세림이법 시행에 따른 기대감을 나타냈다. 학원 통학차량을 운전하는 김모 씨(47)는 “세림이법이 통과되고 안전에 대한 학부모 관심이 높아져 학원에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학원버스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도 먼저 반성하고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안정희 씨(35)는 “아이 혼자 학원에 보내 걱정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보조교사가 통학차량에 함께 타는 학원이 많아 안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제도는 갖췄지만 아직 세림이법을 제대로 모르거나 알면서도 시행을 미루는 곳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영세한 학원과 체육시설은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한 태권도장 관장은 “세림이법 내용은 알지만 작은 도장을 운영하면서 차량을 개조하고 보호자까지 동승시키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학원가 3개 지역의 학원 차량 중 3분의 2 이상 차량에 탄 어린이들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지난해부터 현장점검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신고기간인 6개월 동안 관련 시설에 대한 홍보 및 계도활동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일부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의 안전불감증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에선 모 학원 차량이 인도에서 1m 이상 떨어진 차도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원생 2명을 내려주기도 했다. 발판이 높아 두 발로 뛰어내렸는데 안전발판도, 보조교사도 없었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어린이안전학교 대표)는 “세림이법을 통해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 규정이 많이 강화됐지만 어린이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일반 운전자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아이가 스스로 안전의식을 키우고 사고 위험을 줄이도록 평소 안전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재형 기자
#세림이법#어린이#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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