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정진구 회장 “여자야구 수준 향상 위해 리틀야구팀 창단 구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29일 06시 40분


정진구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연맹 사무실에서 야구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여자야구가 전국체전에 포함되고, 여자실업팀이 창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내년 기장에서 개최되는 세계여자야구월드컵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정진구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연맹 사무실에서 야구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여자야구가 전국체전에 포함되고, 여자실업팀이 창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내년 기장에서 개최되는 세계여자야구월드컵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한국야구 리더들에게 듣는다

3. 한국여자야구연맹 정진구 회장

2015년 한국야구는 또 하나의 큰 전환점에 서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프로야구가 신생팀 kt의 1군 리그 진입으로 본격적인 10구단 시대를 열어젖힌다는 점이다. 아울러 아마추어야구, 리틀야구, 여자야구를 포함해 한국야구는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해를 만들기 위해 을미년의 시작과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신년기획으로 각 야구단체 리더들에게 한국야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보고 풀어야할 현안과 계획을 들어보는 ‘한국야구 리더들에게 듣는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2007년 연맹 창립 이후 비약적인 발전
기술적으로 성장했지만 기량 향상 더뎌
내년 세계여자야구월드컵 준비에 박차
리틀팀 여자선수 3명 대표팀 포함 고려
여자야구 발전에 다리 놓는 역할 하겠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은 지난해 12월 20일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제4대 회장으로 정진구(67) 신임 회장을 선출했다. 정 회장은 성남고와 단국대를 거쳐 육군 야구부와 실업야구 기업은행에서 중견수로 활약한 야구인 출신이다. 은퇴 후 은행원으로 일하던 그는 프로야구 출범 후 1985년 OB 베어스(현 두산)에 운영부 차장으로 스카우트된 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프런트로 일하면서 아마야구와 프로야구 발전에 두루 기여해왔다.

정 회장은 2006년 WBAK의 창립 준비 과정부터 여자야구의 육성과 저변 확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금도 자신의 신의개발 사무실 한 쪽에 WBAK 사무국을 두고 있을 정도다. 28일 서울 여의도 WBAK 사무국에서 정 신임 회장을 만나 한국여자야구의 나아갈 방향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여자야구연맹은 2007년 출범 후 짧은 역사 속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 실질적인 성장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4년 임기의 제4대 회장 중책을 맡았습니다.

“그동안 여자야구 발전을 위해 힘쓴 이광환 감독(현 서울대 감독·KBO 육성위원장)이 회장을 해야 하는데, 제가 등 떠밀려 하게 됐습니다. 이광환 감독은 4년 후 맡기로 약속해 제가 먼저 하게 됐어요(웃음). 이왕 하기로 했으니 여자야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어떻게 여자야구와 인연을 맺게 됐나요.

“절친인 이광환 감독이 ‘여자야구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서 시작했는데, 연맹 창립 과정부터 둘이 부회장을 맡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제 이게 제 일이 됐습니다.”

-그동안 3대까지 WBAK 회장은 모두 여성 국회의원이 맡아 왔는데요.

“초대 회장은 김영숙 의원, 제2대 회장은 전여옥 의원, 제3대 회장은 김을동 의원이 회장직을 수행했는데, 제가 남자로는 처음 회장을 맡게 됐네요.(웃음) 현직 국회의원의 스포츠 단체장 겸직 금지 권고안에 따라 김을동 회장이 작년 6월 30일자로 그만두셔서 그동안 회장 공석 상태였는데, 이제 제가 맡아서 연맹을 이끌어가게 됐습니다.”

-여자야구 팀 수가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2005년 여자야구 최초의 팀 ‘비밀리에’가 창단됐고, 2007년 한국여자야구연맹 창립총회 때 16개 팀·200여명으로 시작했는데 지난해 연맹에 41개 팀, 850여명의 선수가 등록했습니다. 올해 2월까지 등록을 다 받아봐야 알겠지만, 올해는 팀 수가 총 45개로 늘어나고 등록 선수도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가까이 여자야구 발전을 위해 사재를 털어 지원하신 일이 야구계엔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LG전자의 후원으로 재정적으로 연맹의 숨통이 트일 것 같습니다.

“사실 여자야구연맹을 처음 시작할 때는 돈이 없었어요. LG전자가 후원하면서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2012년부터 3년간 잘 해냈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국제대회인 ‘LG컵 국제야구대회’도 치렀습니다. 이제 연맹도 재정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 연맹 입장에서는 여자야구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주시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님이 고맙죠. 물론 아직 다른 단체보다는 재정적으로 열악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여자야구의 수준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왔다는 평가입니다.

“기술적으로 많이 성장했지만, 솔직히 제가 생각한 것보다는 빨리 기량 향상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야구를 어릴 때부터 배운 게 아니라 대부분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서 야구를 시작해 기량 향상이 더딘 게 사실입니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배워야한다는 말씀인데요.

“장기적인 목표지만 여자야구도 리틀야구팀을 만들어볼까 구상 중입니다. 한국리틀야구연맹 한영관 회장과는 친구 사이인데, 이 부분에 대해 이미 협조를 하자고 얘기가 돼 있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남자 리틀팀에 여자 선수가 3명 정도 있습니다. 실제로 봤더니 어릴 때부터 야구를 배워서 그런지 중학생 여자 아이들이 야구를 잘 하더라고요. 국제대회에 대표팀으로 14세 이상 참가가 가능한데, 이 친구들을 여자대표팀 상비군에 포함시킬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사업들이 진행됩니까.

“작년 성적을 토대로 평점을 내서 우승팀을 홍콩으로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연맹 지원금으로 2월 5일부터 10일까지 홍콩피닉스컵에 참가합니다. 3월에는 아사히 팀 초청으로 대표팀이 일본으로 가서 교류전을 하게 됩니다. 일본은 최근 국제대회 4연패를 할 정도로 현재 여자야구 세계 최강인데요. 1938년에 여자야구가 시작됐다고 하니 역사도 오래됐습니다. 프로팀도 4팀이나 보유하고 있고요. 우리 여자야구도 일본을 목표로 두고 쫓아가다보면 남자야구처럼 언젠가는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스포츠에서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 않습니까. 기간이 단축될 겁니다.”

-내년에 부산 기장에서 세계여자야구월드컵을 개최하는데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연맹에 국제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원도 뽑았고, 2월부터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2008년 우리가 세계대회에 처음 참가했는데 8개 팀 중 6위를 했습니다. 내년부터 참가팀도 12개 팀으로 늘게 됩니다. 현재 일본, 미국, 호주, 캐나다가 세계 4강 수준으로 꼽히고 있고, 베네수엘라도 야구를 잘해요. 우리는 아직 대표팀 선수 구성이 쉽지는 않지만 미국 재미교포 선수들도 수소문해서 상비군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주최국 자존심과 대회 흥행을 위해서라도 4강은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여자야구의 미래는 어떨까요.

“일본연맹 관계자들과 얘기를 해보니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부활하면 여자야구를 시범경기로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스포츠는 다 남녀가 참가하는데, 야구는 현재 여자야구 대신 소프트볼이 대안으로 얘기되고 있지 않습니까. 여자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들어가는 날도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장기적인 목표지만 전국체전에 여자야구가 들어가게 해야 하고, 여자 실업팀도 만들어야 하고…. 갈 길이 머네요.(웃음) 지금 여자 선수들 중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똑똑한 친구들이 많거든요. 열정이 저 못지않습니다. 이들이 연맹을 리드할 때는 한국여자야구가 세계정상권에 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기초를 튼튼히 하고 그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 정진구 회장은?

▲생년월일=1948년 5월 18일(대구 출생)
▲출신교=대구 경상중∼성남고∼단국대
▲실업선수=기업은행(1968∼1969년)∼육군(1971∼1972년)∼기업은행(1973∼1977년)
▲경력=프로야구단 OB 베어스 운영부 차장(1985∼1988년)∼프로야구단 태평양 돌핀스 운영부장(1988∼1994년)∼프로야구단 태평양 돌핀스 이사(1995년)∼프로야구단 현대 유니콘스 이사(1996∼1997년)∼㈜CNR(현대해상 계열사) 대표이사(1998∼2001년)∼㈜신의개발 대표이사(2001년∼현재)/한국여자야구연맹(WBAK) 부회장(2007∼2014년)∼제4대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회장(2015년∼)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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