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채용 한파… 패자부활 기회 잃은 청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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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느라 취직 적령기 넘겨… 나이 많다는 이유로 퇴짜 일쑤
공채 등 취업시스템 개선 고민할때

김지현·산업부
김지현·산업부
1985년생 김모 씨(여)는 2011년 국내 명문 사립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취업을 하지 못했다. 집에서 용돈 받는 게 눈치가 보여 단기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입사지원서를 쓰는 게 올해로 31세가 된 그의 일상이다.

그렇다고 김 씨가 20대를 나태하게 보낸 것도 아니다. 사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 2004년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2학년에 올라가면서 행정고시 준비를 위해 휴학을 하고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갔다. 잇달아 고시에서 쓴맛을 본 그는 2008년 학교로 돌아왔다. 고시 공부를 하느라 미처 준비하지 못한 토익부터 면접까지, 취업을 위해 넘어야 하는 산은 참 많고도 험했다. 토익학원을 다니며 점수를 900점대까지 올리는 데만 자그마치 1년이 걸렸다. 학점 관리도 하다 보니 입학한 지 7년 만인 2011년 2월에야 졸업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어느덧 차 버린 나이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김 씨는 “여자에겐 나이 잣대가 더 엄격하더라”며 “2013년부터는 대기업은 서류 단계에서 다 떨어졌고 중견기업 면접 단계에서도 ‘(그 나이 되도록) 이제까지 뭐 했느냐’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취업 시장에서 ‘패자부활전’이란 없다”며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는데 타이밍을 한 번 놓쳤다는 이유로 기회조차 얻지 못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매출 상위 500대 대기업에 올해 채용 계획을 물은 결과 41%가 불확실한 경기 전망 때문에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매년 9000여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해 온 삼성그룹조차 올해는 부정적인 경영 상황에 따라 채용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 구직자 모두 현실을 똑바로 보고 그에 맞춘 취업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더 이상 한국 사회가 예전처럼 6∼7%씩 성장하긴 어려운 만큼 이전처럼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고용률에 맞추기 위해 기업들이 일제히 공채 시험을 치르는 문화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의 보다 현실적인 고용 정책과 기업들의 선진적인 채용 계획, 그리고 이에 맞춘 구직자들의 준비가 필요한 때다. 그래야 더 이상 김 씨 같은 인재들이 아까운 청춘을 낭비하지 않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채용#패자부활#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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