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전북]‘10년 앙숙’ 털어내고… 서천-군산 화해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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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신 군산시장(오른쪽)과 노박래 서천군수가 지난해 11월 열린 두 지자체 간 공무원 간담회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서천군 제공
문동신 군산시장(오른쪽)과 노박래 서천군수가 지난해 11월 열린 두 지자체 간 공무원 간담회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서천군 제공
‘지난 세월 잠시 있었던 오해와 불신을 접고 새로운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호혜 평등의 기본 정신으로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공동 번영을 함께 추구한다….’

다음 달 3일 충남 서천군청에서 11년 만에 재개될 서천군-군산시(전북) 행정협의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화해 공동 선언문’이 채택된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10여 년 동안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던 두 자치단체의 대화합 이벤트다. 내년 말 ‘군장대교’(가칭)가 부분 개통되면 화해와 공동 번영을 위한 두 지역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 2004년 방폐장 문제로 극한 대립

노박래 서천군수는 소위 ‘장군배’(서천군 장항읍과 군산을 오가는 배)를 타고 군산중학교를 통학했다. 백낙흥 서천부군수도 초등학교 시절 군산 월명산에 소풍을 왔던 기억이 선명하다. 1960, 70년대 하루 수십 차례씩 오가던 장군배에는 군산의 학교와 시장에 가는 서천의 학생과 농민, 상인들이 가득했다.

군산에서는 1970년대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장항제련소(구리 제련)를 보러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서천의 50대 이상 상당수가 군산에서 중고교를 다녔다.

1990년 금강하굿둑이 개통돼 자동차로 오갈 수 있게 되면서 두 지역은 더욱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민선 시장, 군수가 선출되고 2004년 군산시가 비응도에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내면서 두 지역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비응도는 서천에 가까워 폐기장 유치로 인한 혜택은 군산시가, 피해는 서천군이 볼 공산이 크다는 게 서천군의 주장이었다. 그해 두 지자체의 행정협의회가 중단됐다. 이후 해상도시(금란도) 개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금강하굿둑 해수유통, 공동조업수역 설정, 진포대첩 위치, 시군 통합 논란 등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하나같이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해를 동반하는 ‘제로섬’ 사안들이었다.

서천지역의 ‘정치적 소외감’도 컸다. 2006년 12월 장항 주민들은 상경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군산시(1381만여 m²)와 서천군 장항읍(1223만여 m²)의 인접 바다를 메워 ‘군장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1989년 발표한 지 17년이 지난 시점에 군산지구는 준공한 반면 장항지구는 착공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서천 사람들은 금강하굿둑을 건너 군산의 대형할인점이나 시장을 많이 이용하고 군산 사람들은 칼국수와 아귀탕을 먹으러 서천에 간다. 하지만 갈등이 계속되면서 주민 간 분위기도 점차 서먹해지고 있었다.

○ 내달 3일 두 지자체 ‘화해공동선언’

최근 들어 두 지자체와 주민들 사이에 더이상 갈등으로 세월을 보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동신 군산시장과 노박래 서천군수 등 두 지역 간부들은 27일 오후 군산시청 상황실에서 ‘화해 협력 상생 공동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같은 이름의 간담회를 서천군청에서 처음 열었다.

문 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양 시군 간부 공무원의 만남이 행정소통 창구를 넘어 정을 쌓는 기회가 되고 주민들 사이의 신뢰로 퍼져 상생 발전의 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노 군수도 “지난해 서천에서의 만남이 화합을 위한 첫걸음이었다면 오늘 만남은 도약의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화합과 우의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내달 3일 서천군청에서 재개될 행정협의회에서 채택될 화해 공동 선언문에는 ‘서로 협력해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열어, 서해안 시대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거점 지역으로 도약하기 위한 상생 발전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두 지역을 하나로 묶어줄 다리의 새 이름을 공동으로 제정하자는 데도 합의할 예정이다. 금강하굿둑 하류 1km 지점인 장항읍 원수리와 군산시 해망동을 연결하는 1.9km(진입도로 포함 3.185km) 길이의 이 다리는 두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고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두 지자체는 지역 간 문화 체육 교류와 산업단지 활성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김광오 kokim@donga.com·지명훈 기자 
#서천#군산#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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