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아파트 품귀 조짐…자산가-은퇴자 몰린 지역서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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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애를 봐주기로 했는데 따로 사는 것보다 합치는 게 편하겠다 싶었어요.”

60대 박명자 씨(가명)가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팔고 고양시 일산구의 방 4개짜리 전용면적 130㎡ 아파트로 이사한 이유다. 맞벌이인 아들 부부는 손녀를 봐 달라며 먼저 “함께 살자”고 박 씨에게 제안했다.

박 씨 같은 수요자들이 많아지면서 85㎡ 초과 135㎡ 이하 규모의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회복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1, 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85㎡ 이하 소형 아파트가 대세였던 흐름과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들이 소형 위주로 공급되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한 측면이 크다.

28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7~10월 분양된 수도권 민영아파트 137개 단지를 분석한 결과 규모별 청약경쟁률은 85㎡ 초과~102㎡ 이하가 26.2대 1, 102㎡ 초과~135㎡ 이하가 18.2대 1로 다른 크기의 아파트 청약경쟁률을 월등히 앞섰다. 60㎡ 이하 소형이나 60㎡초과~85㎡ 이하 아파트 경쟁률은 3%대에 불과했다.

중대형 아파트는 특히 자산가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권 등 도심지역이나 은퇴자들이 많은 도시 외곽의 경치 좋은 지역에서 잘 나갔다. 지난해 7월 청약을 받는 서울 용산구 ‘래미안 용산’은 165채 모두 전용면적 135~181㎡의 초대형이었지만 301명이 신청하며 모두 마감됐다.

지난해 11월 청약을 받은 ‘경희궁 자이’도 중소형보다 대형의 분양 성적이 더 좋았다. GS건설 관계자는 “대형 아파트는 청약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계약이 끝나 소형보다 일찍 다 팔렸다”고 말했다. 투자수익률을 따진다면 소형이 잘 나가야했지만 교통이 편리한 서올 도심에서 큰 규모의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늦은 나이까지 독립하지 않는 ‘캥거루족’ 자녀를 끼고 사는 노년층,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여전히 정정한 고령의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노년층이 이같은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한다”며 “건설사들이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특별히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 앞으로 중대형 아파트 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큰집을 산 뒤 역모기지를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택 가격이 정체된 상태에서 집을 줄여서 얻는 이익보다 역모기지를 선택하는 게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역모기지 상품인 주택연금은 처음 도입된 2007년 말 515명에 불과했지만 매년 늘어나 지난해 말에는 2만2634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중대형 아파트 투자에 신중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중대형 아파트는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수요층이 안정적으로 형성되기는 힘들다”며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욱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1, 2인 가구의 절반은 어느 정도 자금여력이 있는 50대 이상이라 큰 주택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추후 수요까지 정확하게 분석해 적절히 아파트를 적절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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