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에 8억대 챙긴 ‘김총경’, 알고보니 총경은커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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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6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식당. ‘김 총경’과 2년간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정모 씨(38·여) 가족이 직접 운영 중인 식당이다. 모처럼 이곳에서 식사를 하던 김 총경은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정 씨가 음식을 나르는 등 다른 손님 시중을 든다는 이유였다. 흥분한 김 총경은 식당 잔디에 있는 골프채로 나무를 내리치는 등 난동을 부리다 돌아갔다. 현직 경찰서장이라는 ‘예비 사위’의 갑작스러운 행패에 정 씨의 부모는 냉가슴만 앓았다. 급기야 고민 끝에 이달 초 김 총경이 근무하는 해운대경찰서를 직접 찾았다. 그러나 서장실에서 만난 김 총경은 평소 알던 예비 사위와 얼굴 나이 모두 달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27일 경남 창원시의 한 모텔에서 김 총경 행세를 한 안모 씨(51)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안 씨의 사기행각은 7년 전 시작됐다. 우연한 자리에서 김 총경을 보고 이름과 신분을 알게 된 그는 2008년 4월 동네 이발소 주인 박모 씨(58)에게 “지방청 형사과장인데 해운대 고급 호텔의 이발소 운영권을 얻어주겠다”며 1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 회원에게 “아들을 경찰에 특채로 채용해주겠다”며 1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안 씨로부터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총 8명, 금액은 8억8000만 원에 이른다. 경찰은 28일 사기 등의 혐의로 안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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