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달러 투자, ‘크라이슬러 200’ 전용 공장 가보니…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1월 28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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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도 그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곳곳에는 ‘i believe’란 문구가 새겨진 플랜카드가 눈에 띈다. ‘로보캅’이라도 대량 생산할 법한 최첨단 기계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바깥기온과 달리 공장은 열기로 넘쳤다. 내달 한국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는 크라이슬러의 중형 세단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은 그들에게 희망과 믿음의 상징이었다.

2009년 6월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으며 스털링 하이츠 조립공장(SHAP)은 2010년 12월까지만 운영하고 폐쇄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2009년 4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간의 제휴가 성사되면서 공장 재가동이 결정돼 기회를 다시 거머쥐었다.

스털링 하이츠 조립공장를 재가동하고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새로운 생산 공장으로 탈바꿈 시키기로 한 것은 신차 생산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크라이슬러 그룹은 크라이슬러 200을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로 생산하기 위해 3만9484㎡ 규모의 최첨단 페인트 공장(Paint Shop)과 9만2903㎡ 규모의 차체 공장(Body Shop)을 추가 건설하고, 각종 생산 설비를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011년부터는 하루 1개조로만 운영하던 생산인력에 900여 명을 추가 투입해 1일 2교대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첨단 페인트 공장에는 8억 5000만 달러(약 9240억원), 모든 공정이 로봇으로 이뤄진 차체 공장에는 1억 6500만 달러(약 1800억원)가 투입됐다.
#108도 회전하는 컨베이어 ‘로티세리’
스털링 하이츠 조립공장의 페인트 공장(SHAP Paint Shop)은 최근 10여년 동안 크라이슬러 그룹이 처음으로 신규 건립한 곳으로 시작에서 마감까지(start-to-finish) 모든 페인팅 공정이 이뤄진다. 페인트 공장은 3층에 걸쳐 작업이 이뤄지고 현재는 크라이슬러 200 모델만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추후 필요할 경우에는 차량의 크기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크라이슬러 그룹 차량에 대한 페인팅이 가능할 정도로 활용성이 높게 설계됐다.

특히 이곳에는 크라이슬러 그룹의 벨비디어(Belvidere)와 톨레도(Toledo) 조립공장과 함께 미국에 3곳 밖에 없는 180도로 회전하는 ‘로티세리’(rotisserie)’ 컨베이어 시스템이 갖춰졌다. 로티세리를 통해 차체의 위아래가 뒤바뀌도록 180도 회전하면 24개의 로봇이 하부 실링 및 하부 코팅 작업을 진행한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틈새와 이음새 안쪽으로 보다 깊숙이 실링 및 코팅제가 살포 되도록 모든 분사는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이뤄진다.

또한 골든존(golden zone)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인체공학적으로 최적화된 60도 각도의 창을 통해 차량의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바로 눈앞에서 점검한다. 이 혁신적인 첨단기술은 차량이 다시 정방향으로 회전하기 전, 모든 이음새가 정위치에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었다.

스털링 하이츠 조립공장의 페인트 공장을 설명하던 관계자는 “이 곳은 마찰 구동 시스템(FDS, Friction Drive System)을 이용해 캐리어에 탑재된 차량을 총연장 8마일(약 13km)의 각 공정별 컨베이어로 조용히 이동시킨다”라며 “FDS는 대부분의 기존 조립공장에서 사용되는 전통적인 컨베이어 체인 대신 바퀴를 이용하기 때문에 더 적은 부품이 사용되고 이에 따라 설치비용, 에너지 소비, 소음, 유지보수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으며, 체인 오일로 인한 오염원도 줄여준다”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스털링 하이츠 조립공장의 페인트 공장은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액체 초벌에 비해 버려지는 부분이 더 적고 내구성은 더 뛰어난 파우더 초벌 페인팅을 사용하고 있었다. 파우더 초벌 시스템은 캐리어를 보호하기 위한 기밀구조(pressurized)의 컨베이어 장막, 파우더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벽에 고정시킨 8기의 로봇으로 구성된다.

파우더 초벌 시스템은 분사되는 파우더의 97%가 차량에 점착되고 초벌 파우더가 차량의 위로 뿌려진 후 남은 3%의 파우더는 여과 과정을 거쳐 다른 초벌 파우더와 섞어 새로운 파우더를 만든 후 다시 차량에 도포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실상 버려지는 파우더가 거의 없게 된다. 또한 파우더 도포 공정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환경 친화적인 공정이라는 설명이다.
#완전 자동화, 최첨단 로봇의 향연
스털링 하이츠 조립공장의 차체 공장(SHAP Body Shop)에는 크라이슬러 그룹과 피아트가 함께 만든 글로벌 스탠다드가 반영됐다. 이곳에선 A세그먼트부터 D세그먼트까지 모든 모델에 대한 작업이 가능한 크라이슬러 그룹의 세 번째 미국 공장이다.

차체 공장의 주된 라인은 모듈식으로 배치됐다. BRIC(Basic Robot Integrated Configuration)으로 불리는 이 구성은 로봇과 설비, 관련 전기 제어 패널 등이 하나의 유닛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조립 라인에 필요한 장치를 설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고밀도 용접이 가능하고 유지보수도 쉽다. 아울러, 전통적인 용접 시스템에 비해 훨씬 우수한 시각적 관리가 가능하다.

레이저 용접은 2011 크라이슬러 300과 닷지 차저의 출시를 위해 크라이슬러 그룹의 브램턴(Brampton) 조립공장에 처음 도입되었고, 현재 벨비디어 공장의 닷지 다트 생산과 스털링 하이츠공장의 크라이슬러 200 생산에도 사용되고 있다.
레이저 용접 프로세스는 4기의 로봇이 고밀도 레이저 빔을 이용해 차체와 루프 패널이 만나는 부분을 실리콘 와이어 조각을 녹여 용접함으로써 별도의 몰딩이 필요 없는 매끄러운 이음새가 가능하게 한다. 이런 완전 자동화 기술은 공기역학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비용 절감을 위한 최적의 프로세스 개발을 가능케 했다.

자동화된 폐쇄형 패널 조립 라인에서 차량이 작업공간인 셀(cell)에 진입하면, 로봇들이 측정용 레이저를 이용해 차체의 주요 제원을 확인하고, 측정된 데이터는 트렁크 덮개, 도어, 펜더, 후드 패널 등의 조립에 반영해 모든 차량이 완벽하게 조립되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측정된 데이터는 로봇이 레이저를 이용해 차량의 프론트 레일을 정밀하게 절단하는 데에도 활용되어, 조립 라인의 최종 단계에서 차량 맨 앞부분에 탑재되는 모듈 장착면의 정밀도가 더욱 높아진다.

오픈 게이트 프레이머(Open Gate Framer)라고 불리는 프레임(frame)이 만들어지는 공간에서는 4종의 프레임을 생산할 수 있는데 바닥에 8기, 위쪽에 10기씩 총 18기의 로봇이 0.25mm까지 정확하고 일관되게 패널을 차체에 용접한다. 이곳에서는 시간당 83대의 프레임을 생산할 수 있다.
모든 관람을 마치고 이곳의 플랜트 매니저 크랙 콜비는 “1100기가 넘는 로봇들과 3200여명의 직원들이 2교대로 크라이슬러 200을 생산하고 있다”라며 “세계적 수준의 생산 원칙과 최첨단 생산설비를 갖추고 만들고 있는 만큼 신차에 대한 자부심은 어느 때 보다 강하다. 우리에게 크라이슬러 200은 믿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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