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도핑 양성, 선수 생활 ‘최대 위기’…병원 측 “선수 측에서 주의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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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월 28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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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도핑 양성. 사진=동아일보 DB
박태환 도핑 양성. 사진=동아일보 DB
박태환 도핑 양성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 선수(26·인천시청·사진)가 지난해 9월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직전에 금지 약물이 들어 있는 주사제를 맞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태환 선수는 도핑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오자 당시 병원 측의 실수라며 해당 병원을 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는 박태환 선수가 지난해 7월 말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신체검사 결과 낮게 나온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고자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에서 금지 약물로 지정한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들어 있는 ‘네비도(NEBIDO)’ 주사제를 맞았다고 27일 밝혔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따르면 네비도 주사는 근육 강화 효과 성분이 포함된 남성호르몬제로 분류되며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경기 기간뿐만 아니라 경기 기간 외에도 사용이 금지돼 있다. 최악의 경우 박태환 선수가 아시아경기에서 받은 메달 박탈은 물론이고 선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태환 선수는 “주사를 맞은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네비도인지 몰랐고, 주사를 맞기 전에 병원 측에 수차례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병원 측은 “투약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도핑에 걸리는지 몰랐다. 나는 도핑 전문가도 아니고 박태환 선수 측에서 주의를 했어야 하는 부분이 아니냐”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주 박태환 선수와 병원 측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고 23일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진료 기록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다음 달 27일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반도핑위원회 청문회 전에 병원 관계자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박태환 선수는 지난해 10월 말 FINA로부터 금지 약물 양성반응을 최종 통보받았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관계자는 “테스토스테론이 문제가 될 경우 최소 2년의 자격 정지 징계를 받는다”며 “테스토스테론도 여러 가지 물질이 존재하는데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검출됐거나 두 차례 이상 같은 약물 투약 위반에 걸렸을 경우 최소 4년의 자격 정지 이상 영구 제명의 징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태환은 다음 달 열릴 FINA 청문회에서 도핑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타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도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함유된 크림을 발라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인 211경기 출장 금지 조치를 당했다. 세계적인 단거리 스프린터 미국의 저스틴 게이틀린은 2006년 테스토스테론 양성반응으로 4년간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박태환 선수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선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대한수영연맹은 정작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아무런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27일 문제가 된 박태환의 도핑 양성 반응에 대해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검사를 실시한 뒤 국제수영연맹(FINA)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반도핑기구(KADA)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도핑테스트는 FINA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FINA는 지난해 9월 초 도핑테스트를 실시한 뒤 10월 박태환에게 도핑테스트 결과를 통보했고 이어 11월 연맹에 결과를 알려줬다. 하지만 연맹은 2개월이 지나도록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일청 대한수영연맹 전무는 “검사 결과 통보를 받고 FINA가 1차 청문회를 열기까지 선수 보호를 위해 외부로 검사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동권 대한수영연맹 사무국장도 “도핑 규정에 따라 박태환 측이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다. 박태환 측에서 ‘검증을 해보고 특이 사항이 있으면 얘기하겠다’고 해 협조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연맹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한 대응책 마련이나 박태환과의 의견 교환 등 후속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맹은 박태환이 어디서 주사를 맞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박태환 측이 해당 병원을 고소한다는 사실도 26일 박태환 측의 보도자료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27일 대한수영연맹 사무실에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취재진이 몰렸지만 책임 있게 답변해 줄 간부급 직원은 한 명도 나와 있지 않았다.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하위급 직원들은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금지 약물 복용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선수의 책임을 묻는 게 관례다. 그러나 연맹도 이 과정에서 정밀한 조사를 통해 혹시나 입을 수도 있는 불이익을 막아줘야 할 책임이 있다. 한국 최초의 수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의 명예는 물론이고 한국 스포츠계의 명예가 달려 있는 문제에 연맹이 지나치게 무관심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박태환은 2월 FINA의 청문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 도핑 양성. 사진=동아일보 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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